[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이 취임 3주년을 맞은 가운데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 경영전략을 가속하고 있다. 구 회장은 실적 악화의 요인은 과감히 없애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에 집중하며 '뉴 LG'로의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29일은 업계에 따르면 이날은 구 회장이 취임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부친인 고 구본무 전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구 회장은 2018년 6월 만 40세의 젊은 나이에 총수를 맡게 됐다.
구 회장은 취임 후 회장보다는 대표라는 호칭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할 정도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 면모를 보여줬다. 취임 첫해인 2018년 말부터는 자율복장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했고, 2019년엔 '리더없는 날'을 도입해 자연스럽게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시켰다.
LG그룹 인사에서도 구 회장의 실용주의 성향이 드러난다. 구 회장은 2018년 순혈주의가 강했던 LG의 관습을 깨고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LG는 그해 그룹 전체에서 외부 인재 13명을 영입했고 이듬해는 16명, 지난해 23명으로 점차 규모를 늘리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의 이러한 리더십이 가장 잘 두드러지는 부분은 LG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수처리 관리회사 하이엔텍, 연료전지 자회사 퓨얼시스템즈, 환경시설 설계사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정리했다. LG화학의 액정표시장치(LCD) 평관판 사업과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PG) 사업도 매각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올해는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로, 손실만 5조원에 달하는 모바일(MC)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LG는 오는 7월31일부로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하고 스마트폰 생산 및 판매를 종료한다.
대신 구 회장은 LG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성장 동력 사업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눈여겨봐야할 미래사업은 전장부품이다.
LG전자(066570)는 지난 2018년 1조4000억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를 인수했다. 지난해 말 기준 LG전자 전장사업 수주잔고는 60조원으로 추정되며 이중 ZKW의 비중은 20%로 알려졌다.
7월1일에는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사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1조원을 투자해 세운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LG Magna e-Powertrain)'이 출범한다. 마그나는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와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통합시스템 설계, 검증 등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추고 있다. LG전자도 전기차 파워트레인 핵심 부품인 모터, 인버터 등에 대한 기술력과 제조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합작사 출범 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LG전자는 LG마그나 출범을 계기로, 전장사업 부문의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본부는 이미 지난 1분기 영업손실 7억원으로 분기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합작법인 매출이 2023년 1조원, 2025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LG전자
배터리 사업을 주도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LG화학에서 분할한 후 사업 규모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
현대차(005380)그룹과 손잡고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AI) 사업 육성에도 속도를 낸다. 구 회장은 디지털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 그룹의 AI 연구전담 조직 'AI 연구원'을 만들었다. LG그룹의 16개 계열사가 참여해 3년 동안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1000억원을 추가로 들여 1초에 9경5700조번의 연산처리가 가능한 AI 컴퓨팅 인프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구 회장 취임 후 LG그룹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70% 가까이 증가했다. 6월18일 기준 지난 3년 동안 액수로 65조원이 증가한 158조1000억원을 찍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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