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플랜트 일감 부족에…건설업계 주택 수주 편중
상장 대형 건설사 대다수, 상반기 수주 중 주택이 절반 이상
“토목·플랜트 일감 없어…주택 확보 경쟁 더 치열해질 것”
2021-08-08 07:00:00 2021-08-08 07:00:00
국내 한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국내 대형 건설사의 주택 편중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상장 건설사 대다수에서 상반기 새로 확보한 일감 중 주택의 비중이 플랜트나 토목보다 크게 높았다. 코로나19로 인한 플랜트 일감 감소에 더해 굵직한 토목 일감도 드물어 이 같은 양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 현대건설(000720) GS건설(006360), 대우건설(047040), DL이앤씨(375500) 등 주요 상장 건설사는 상반기 신규 수주 중 주택 비중이 가장 높았다.
 
삼성물산의 경우 상반기 확보한 수주 금액은 연결기준 7조5140억원이다. 이중 주택사업이 포함되는 건축부문 수주액은 4조9130억원으로 65%를 차지했다. 절반 이상의 일감을 건축에서 따낸 것이다. 플랜트는 21%인 1조6340억원으로 집계됐고 토목은 이보다 적은 9060억원으로 12%를 기록했다. 
 
GS건설도 상반기 신규 수주의 절반 이상을 주택에서 냈다. GS건설이 상반기 확보한 금액은 4조7980억원인데 이 중 주택부문 일감이 67%인 3조2190억원이다. 주택 외 건축부문은 6140억원으로 12%, 플랜트는 10%, 신사업 9%으로 나타났고 인프라는 0.4%에 불과했다. 
 
대우건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상반기 신규 수주 4조9195억원 중 주택건축 부문에서 3조6475억원을 따냈다. 74%에 달하는 액수다. 주택건축 다음으로 많은 토목은 9800억원으로 19%를 차지했다. 이외에 플랜트는 1308억원, 2.6%에 그쳤다. 
 
반면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주택 수주가 50%를 밑돌았다. 그러나 이들도 플랜트나 토목과 비교하면 주택 비중이 높았다.
 
현대건설은 18조3904억원을 신규 수주했다. 이중 건축·주택사업부문이 9조1718억원으로 49%를 차지했다. 반면 다른 사업부문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플랜트·전력사업부문은 1조2488억원으로 6.7%에 그쳤고 토목도 9319억원으로 5%에 머물렀다. 나머지 액수는 비상장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분이다. 현대엔지니어링분을 제외할 경우 현대건설의 건축·주택 신규 수주 비중은 79%로 뛴다. 현대건설의 상반기 수주액 대다수가 사실상 건축·주택인 셈이다. 
 
DL이앤씨도 주택의 수주 비중이 가장 높았다. DL이앤씨는 상반기 연결기준 총 3조2744억원을 확보했는데 주택 수주가 1조4945억원으로 45%를 차지했다. 토목과 플랜트는 각각 6%, 18%로 나타났다. 자회사인 DL건설(001880) 수주분 9695억원이 상반기 실적에 포함돼 있는데, DL건설분을 빼면 DL이앤씨의 주택 수주 비중은 64%로 늘어난다. DL이앤씨 역시 사실상 수주의 절반 이상이 주택이다.
 
주택 중심의 수주는 토목과 플랜트 일감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주로 수주를 이어온 플랜트는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시장 정상화를 기대하기가 아직 어렵다. 토목은 대형사가 뛰어들만한 굵직한 발주가 드물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말고는 발주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주택 수주 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실제 건설사들은 리모델링 전담팀을 만드는 등 주택 먹거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간 대형사들은 리모델링은 골목상권의 영역이라며 무게를 두지 않았으나 분위기가 바뀌었다. 토목과 플랜트 일감 부족에 더해 재건축·재개발 사업 규제로 주택 먹거리마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역량 강화에 나선 것이다. 2~3년 전만 해도 리모델링 시장의 주도권은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이 쥐고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갖 규제로 주택 분야에서도 일감이 귀해지면서 상장 대형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진출에 나서고 있다”라며 “일감 확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수주 실적이 떨어지는 곳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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