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화이트 바이오'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친환경 원료를 활용한 사업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석화 기업들은 쌀과 옥수수 등 생물 자원에서 추출한 원료로 화학제품과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화이트 바이오 산업 육성을 추진 중이다.
LG화학(051910)은 세계 최초의 '바이오 밸런스드 고흡수성수지(SAP)'를 양산해 수출 출하를 개시했다. SAP은 재생 가능한 폐식용유, 팜부산물 등을 활용해 만든 제품으로, 자기 무게의 약 200배에 해당하는 물을 흡수할 수 있어 주로 기저귀 등 위생 용품에 쓰인다. 특히 LG화학의 SAP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친환경 국제인증인 'ISCC Plus' 인증을 받았다.
LG화학은 지난해 세계 최대 바이오 디젤 기업 핀란드 네스테와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해 친환경 제품 생산에 필요한 바이오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지난 달부터 SAP 제품의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또 글로벌 4대 메이저 농작물 가공 업체인 미국 ADM과 옥수수 에서 뽑아낸 친환경 바이오 아크릴산 원료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바이오 소재 등 친환경 사업에 3조원을 투자해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달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3대 신성장 동력 사업 육성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신 회장이 손에 들고 있는 소재 중 흰색은 고흡수성수지(Bio-balanced SAP)이며 검은색은 양극재다. 사진/LG화학
국내 1위 페트(PET) 생산업체
롯데케미칼(011170)은 사탕수수를 이용해 만드는 바이오 페트를 생산 중이다. 페트 구성 원료 중 30%를 차지하는 모노에틸렌글리콜(MEG)을 석유 대신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바이오 페트는 기존 공정 대비 이산화탄소(CO2)를 약 20% 저감해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또 100% 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오 페트는 화장품 용기에서 나아가 섬유,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 제품 등에 쓰인다.
바이오 페트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01톤(t)에 불과하던 내수 판매량은 2018년 264t, 2019년 1528t, 2020년 2000t 규모로 늘어 4년 만에 약 20배 성장했다. 현재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바이오 페트는 7만 톤 수준이다.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2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011780)화학은 '바이오 실리카'를 적용한 친환경 합성고무(SSBR) 복합체 사업에 돌입했다. 탄화된 쌀겨에서 타이어용 합성고무의 성능을 개선해주는 원료인 실리카를 뽑아낸 뒤 석유화학 제품에 사용 가능한 바이오 실리카로 가공해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합성고무는 기존 제품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 70%까지 저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호석화는 바이오 실리카 사업의 성장성을 고려해 SSBR의 생산능력을 현재의 6만3000톤에서 내년 말까지 약 2배 수준인 12만30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세계적 탄소중립 기조에 석화 기업들도 화이트 바이오 산업에 속속 진입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크게 내지는 못하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 제품 대비 화이트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제품 가격은 약 2~3배 가량 높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화이트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석화 업계 및 바이오 업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발족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산업 초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에 따른 연구개발(R&D) 등 지원도 확대되는 추세"라며 "규제 합리화, 인허가 제도 개선 등 신사업 육성을 위한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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