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2분기 깜짝 실적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터널을 지나 글로벌 경기가 점차 회복되면서 억눌린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면서다. 하지만 하반기는 석화 제품 공급 확대로 마진이 줄면서 상승 흐름이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화학 여수 탄소나노튜브(CNT) 2공장 전경. 사진/LG화학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051910)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0.2% 늘어난 2조230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5.2% 증가한 11조4561억원을 달성했다. 석화·배터리 등 전 사업부문 실적 호조로 매출과 영업익 각각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다른 석화기업도 상황은 같다.
한화솔루션(009830)은 케미칼 부문이 전체 실적 상승세를 견인했다. 케미칼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16.7% 증가한 2930억원이다. 다만 태양광 모듈을 판매하는 큐셀 부문이 646억원 적자를 내면서 전체 영업이익은 2211억원을 기록했다.
효성(004800)그룹의 석화 계열사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산업자재를 다루는
효성첨단소재(298050)는 전방 산업인 자동차·타이어 업황 개선으로 2분기 영업익이 11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8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전환 했다. 매출은 8724억원을 거두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효성화학(298000) 주력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 가격 급등으로 영업익 1881% 급등한 713억원을 기록했다.
석화 업체들의 실적 호조세는 높은 수요에 기인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실적 부침에도 올해 들어 억눌린 수요가 폭발했다. 여기에 미국 한파·일본 지진 등에 따른 설비 가동이 멈추면서 공급이 줄었고 의료·가전 등 대부분 석화 제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올해는 코로나 특수를 누린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이날 오후 실적 발표를 앞둔
롯데케미칼(011170)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599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무려 1720.67%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호석유(011780)화학도 2분기 726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지난 1970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던 지난 1분기(6125억원)를 뛰어넘는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다만 상반기 호황에 비해 하반기 업황은 다소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 대비 적었던 공급이 늘면서다. 하반기에는 앞서 중단됐던 미국 등 설비가 재가동에 들어간다. 중국의 경우도 신규 증설에 따른 설비 가동이 예정돼있다. 공급이 늘면 마진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3분기 LG화학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분기보다 줄어든 10조8000억원, 1조26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화학사들의 실적도 같은 흐름이 예상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8·9월은 계절적 성수기로 꼽히지만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가 낮고 가공업체도 완제품 재고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석화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설비 증설 규모는 올해 1170만톤(t)으로 전년 대비 6.0% 증가해 예상 수요 증가 규모(820만t)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에틸렌 가격 축소는 마진 축소로 이어지고 오는 2023년까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과잉 증설이 예정돼 있는 만큼 다운스트림 석유화학제품의 물량 압박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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