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실무사들이 폐암 등 직업상 생기는 직업암 전수조사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교육당국에 요구했다. 요구사항을 듣지 않을 경우 올해 내 총파업도 경고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서울학비노조)는 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업암 전수조사 실시하고 2학기 전면 등교 대비해 인력 확충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자체 설문에 따르면 학교 급식노동자가 1년 동안 근골격계질환을 경험한 비중이 지난 2019년 응답자 93%에서 올해 96%로 증가했다. 게다가 응답자의 3.5%는 폐암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국립암센터 국가암통계의 인구 10만명당 암유병자 수보다 24.8배나 높은 수치다.
이들이 질환과 중병에 노출된 이유는 과중한 업무 강도와 열악한 환기 시설 등이 겹쳤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학교 급식실의 1인당 배식 대상 인원은 100명 이상에서 150명 미만으로 다른 공공기관의 2배에 달한다. 후드나 공조기 등 급식실 공기순환장치가 충분히 작동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가 55.8%로 나타났다. 작업 중 기름을 이용한 고온의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이나 작업장 내 열기로 인해 어지러움, 구토, 탈수 증상, 가슴 통증 등을 경함한 경우도 60.5%로 집계됐다.
폐암에 걸려 노조 관계자가 발언을 대독한 장모 조리실무사는 "10년 넘게 근무하는 동안 급식실 환기 시스템 점검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며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노동환경 개선에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윤숙 경일중 조리실무사도 "교육청이 지원해준 방역 인력은 각종 교실이나 학교 다목적실 등을 방역하느라 급식실까지 지원받기는 턱도 없다"며 "2학기 전면 등교로 인해 급식 업무와 방역까지 1학기때보다 2배는 가중될 노동 강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급식실만 전문으로 맡을 수 있는 방역인력을 속히 충원해주길 강력히 요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서울학비노조는 "교육당국의 전향적인 답변이 없을 경우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하반기 학교급식을 멈추고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죽음의 급식실을 반드시 산재 없는 급식실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서울학비노조)는 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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