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신라면을 먹고 있다. 사진/농심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매운맛 신라면이 이제 세계인이 더 많이 찾는 한국의 매운맛이 됐다.
농심(004370)은 올해 3분기까지 신라면의 해외 매출액이 국내를 넘어섰다고 5일 밝혔다. 1986년 출시된 이래로 첫 기록이다.
신라면의 3분기 누적 국내외 매출액은 총 6900억원이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3700억원)은 53.6%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30년간 1등 브랜드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브랜드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결과다.
지금 추세를 이어간다면 신라면은 올해 해외매출 5000억원을 포함, 총 9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농심은 내다봤다.
신라면이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데는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는 농심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이 주효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이듬해인 1987년 수출을 시작하며 세계무대로 나섰다. 앞서 1971년부터 미국 LA지역에 라면을 수출하며 해외시장에서 발을 넓혀오던 농심은 신라면의 맛을 그대로 들고 나가 정면승부를 펼쳤다.
특히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해공장을 시작으로 중국 청도공장(1998년), 중국 심양공장(2000년), 미국 LA공장(2005년) 등 해외에 생산기지를 설립했고 농심재팬(2002년)과 농심호주(2014년), 농심베트남(2018년), 농심캐나다(2020년) 등 세계 각국에 판매법인을 세워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춤으로써 현지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또 1999년에는 바둑에 열광하는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해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창설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현지의 문화와 정서를 고려한 마케팅활동을 펼치며 현지 시장에 깊숙이 침투했다.
그 결과 신라면은 2014년 이후 수 차례 중국 인민일보 인민망이 선정한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명품’으로 선정됐고 2017년에는 한국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 4천여개 전 점포에 입점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연이어 승전고를 울리며 세계 100여개 국에서 판매되는 글로벌 식품브랜드로 성장했다.
이처럼 신라면은 최근 수 년간 국내 라면시장이 성장의 정체를 겪고 있는 사이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어가며 몸집을 키워왔다. 특히, 지난해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신라면은 한번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잡았다. 세계적으로 외식보다 내식을 선호하는 홈쿡 트렌드가 번지며 간편하고 맛있는 신라면이 주목을 받게 됐다.
지난해 신라면은 뉴욕타임즈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서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꼽히며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고 간식이 아닌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 농심은 이러한 여세를 몰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광고와 홍보활동을 펼치며 성장에 속도를 더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대면 마케팅활동의 제한이 있었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신라면을 알렸다.
농심은 이번 성과를 새로운 도약의 전기로 삼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 연말 미국 제2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멕시코와 남미 지역까지 공급량을 늘려 더 큰 폭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신라면의 맛과 품질이 주목받고 있는 지금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신라면의 해외 매출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수년 내 회사 전체 매출 중 해외의 비중을 50%까지 끌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86년 10월 출시된 신라면은 올해 9월말 기준 국내와 해외를 합친 누적매출액 15조 원을 달성했다. 이는 국내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 중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이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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