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요소수가 대선 공약이 된다면
2021-11-08 06:00:00 2021-11-08 06:00:00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우리 경제를 흔들었다. 이후 정부와 업계는 이른바 '소부장'의 국산화와 대체수입원 확보에 팔을 걷었고, 이제는 일정정도 위기를 넘겼다.
 
이제는 요소수다. 물량 부족으로 물류대란은 물론이고, 수출대란까지 우려된다. 상황이 심각하다. 물론 정부는 태스크포스(TF) 등을 구성해 대처하고 있지만 쉽게 상황이 진정될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반도체와 요소수 뿐 아니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부재료의 경우 언제든 수급불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경제의 큰 축으로 작동하고 있는 이상 어느 한쪽의 리스크는 글로벌 리스크로 쉽게 전이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내놓은 국제품목분류 코드(HS코드 6자리) 기준 수입품 분석 결과를 보면 상황은 녹록치 않다. 분석 대상 수입품 1만2586개 중 3941개가 특정 국가 의존도 80%를 상회했다. 31.3%다. 10개 중 3개는 언제든 공급차질에 따른 연계 산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당 품목 중 1850개가 중국산(47%)이며, 미국이 503개, 일본이 438개다. 모두 강대국들이다. 행여 무역분쟁이 발생하더라도 한국 입장에서 결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공급난을 겪고 있는 요소수는 80%가 중국산이다. 중국산 비율로만 보면 마그네슘 주괴는 100%이며, 산화텅스텐 94.7%, 네오디뮴 86.2%, 수산화리튬 83.5%다. 듣기에도 생소한 원료들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필수 재료들이다. 즉 수입길이 막히면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하고, 연관 산업 전체가 휘청거릴 개연성이 크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 호주, 캐나다, 러시아 등 자원부국이자 강대국인 이들 국가간 무역 분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그 중에서도 경제패권을 둘러싼 미중갈등은 한국의 입장에서 상시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 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특정국가 의존도가 높은 핵심 원부재료들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 놓거나, 대체 수입원 또는 대체할 수 있는 국산품 개발과 생산 대책을 마련해둬야 한다. 그래야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넘길 수 있다.  
 
아울러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재명, 윤석열로 거대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됐다. 지금까지 무소속을 포함한 모든 대권 주자들은 상대 후보의 사생활이나 과거 발언·행적 그리고 후보 가족의 각종 의혹을 파헤치는 네거티브 전략에 올인했다.
 
이제는 각 당별로 후보들이 결정된 만큼 정책 승부를 펼쳤으면 한다. 또 경제 정책 공약의 경우 집값을 잡겠다든지, 자영업을 살리겠다든지, 청년이나 취약계층 일자리를 만들겠다든지, 미래 신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든지 같은 공약은 그만했으면 한다. 다음 대통령이 되어서 정부를 이끌겠다는 이라면 이는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가. 
 
그보다는 당장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한 품목에 대한 대처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것은 어떨까. 재외공관과 각 기업 그리고 코트라와 수입협회와 같은 기구 및 협회 등의 유기적 협력으로 대체공급원을 확보하고, 관련 예산을 늘려 전략을 중장기적으로 안착시키겠다는 공약은 어떤가 말이다. 반도체와 요소수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구체적 방안을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라면 기자는 기꺼이 그에게 한표를 던지겠다.
 
권대경 산업1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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