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정부가 강제 적용할 경우 집단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국 미인가 대안학교 52곳이 모인 대안교육연대의 이홍우 사무국장은 9일 "학원에 준한 방역패스 적용은 문제있다고 정부에 촉구해오고 있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인가 대안학교는 공교육 학교처럼 전일제로 운영되는 학교의 형태이기 때문에 선택 사항인 학원과는 다르게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공교육 학교에 방역 패스를 적용하지 않는 것처럼 미인가 대안학교도 동일하게 방역 패스를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은 또 "오는 13일 시행될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미인가 대안학교가 교육청에 등록을 하게 되면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며 "이제는 중수본에서도 지난 2년간 미인가 대안학교에 적용했던 방역지침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인가 교육시설 방역을 운영 형태에 따라 학원 방역 수칙과 종교 방역 수칙으로 나누고 있다. 시민단체, 법인, 개인 등이 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일제나 기숙형 수업으로 운영할 경우 학원 방역수칙을 따르도록 했다. 학원에 방역패스가 시행될 때에는 학원 수칙을 따르는 대안학교들도 적용되는 구조다. 반면 종교시설이 학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보충형 수업의 형태 또는 통학형으로 운영하면 종교 방역 수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방역패스가 비껴간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종교시설이 운영한다고 해서 무조건 방역패스를 면제받지 않는 사례도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에 신고한 대안학교의 경우 종교시설이 운영한다고 해도 학원 수칙을 따라야 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 지역 대안학교 56곳이 결성한 '서울 지역 대안교육기관 협의회' 준비위원회에서도 오는 3월이 가까워질수록 방역패스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협의회 관계자들은 "그동안 서울시의 예산 삭감이 주요 이슈여서 방역패스 사안은 후순위였다"며 "내부에서 대안교육연대와 비슷한 의견이 더 많은만큼 방역패스를 강행할 때는 학교들이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서울 지역 대안교육기관 협의회' 준비위원회 소속 대안학교 구성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예산 삭감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아직까지 협의회 내부 의견이 통일되진 않은 상황이다. A학교 교장은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수업하려고 한다"면서 "학생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일괄 접종으로의) 학교 내부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계열 B학교 교장도 "학생도, 저도 다 백신을 맞았다"며 "규정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원 방역수칙을 따르는 방침은 대안학교들에 방역패스 말고도 추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정부는 '4㎡당 1명' 등 학원 밀집도 강화를 검토하고 있으며, 월 80시간 전일제 대안학교의 경우 식사 시 식당·카페 방역 수칙을 준수해달라는 공문도 내려보냈다.
협의회 관계자는 "오늘(6일) 공문을 받았기 때문에 식사 수칙이 무슨 뜻인지 파악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기독교 계열 C학교 교장도 "작은 학교가 더 피해를 보게 되는 방역"이라며 "방역패스와 마찬가지로 교육권 문제"라고 말했다.
염병훈 서울시 대안교육기관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은 "식당·카페가 현재 방역패스 중인 상황에서 이런 공문은 대안학교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라는 뜻으로 오인될 수 있다"며 "방역패스를 제외한 나머지 식당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모순이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오는 3월 학원 등에 방역패스를 적용하기로 했다가 지난 4일 법원의 집행정지에 막히자 즉시 항고했다. 미인가 대안학교 숫자는 전국 600여곳으로 추산된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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