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웠다 뭉쳤다"…사안따라 이통사 이합집산
5G 주파수 할당에 SKT·KT, 알뜰폰 놓고는 KT·LGU+ 공동전선
주파수 의무 구축 수량 놓고는 정부에 공동구축 인정 한목소리
정부 규제에는 뭉치고…이해 관계에 따라 싸우고
2022-01-12 14:58:06 2022-01-12 14:58:06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 이동통신시장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5세대(5G) 주파수 재할당과 이통사 알뜰폰자회사 점유율 제한 등 이슈를 놓고 사사건건 맞붙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3위 사업자가 5G 주파수를 가져가 품질경쟁 우위가 예상되자 1·2위가 함께 견제에 나섰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이동통신(MNO) 시장판을 흔들기 위해 2·3위 사업자가 함께 알뜰폰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 뭉쳤다 흩어졌다 이합집산하는 모습이다. 
 
1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다음달로 예정된 3.5㎓ 대역 20㎒폭 5G 주파수 추가할당 경매와 관련해 이통3사 간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주파수는 LG유플러스가 보유하고 있는 5G 주파수의 인접대역이다. LG유플러스가 주파수를 가져갈 경우 장비 소프트웨어 조정으로 경쟁사와 동일한 폭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경쟁사들은 주파수 집성기술(CA)을 적용하기 위해 별도 장비 구축이 필요하다. SK텔레콤과 KT는 "입찰 경매 불참"까지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특정 사업자만을 위한 경매자체가 불공정하기도 하지만, 주파수 활용도가 현격히 떨어지는 탓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LG유플러스의 가용 주파수가 확대되면 LG유플러스가 통신품질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실시하는 5G 품질평가에서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순으로 고정돼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질 좋은 5G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파수 할당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SK텔레콤과 KT는 정부가 2018년 경매 당시 280㎒를 사업자별로 차등 분배하며 나눠먹기식 균등 배분 불가를 원칙을 내세웠지만 이번 경매를 통해 기계적 평등이 발생한다고 볼멘소리다. 이들은 "2018년 경매 당시 '유보 대상 20㎒ 폭 주파수는 별도 단독 공급' 등의 조건이 있었다면 경매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 종로구 서울 도심 전자기기 전시장에서 시민들이 이동통신3사 로고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5G 주파수 추가할당을 놓고 LG유플러스 대 SK텔레콤·KT 진영으로 충돌하고 있지만, 알뜰폰 시장을 놓고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항해 KT와 LG유플러스가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에 자회사 합산 점유율 50% 제한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알뜰폰 등록조건 수정안을 보내 의견을 수렴 중이다. SK텔레콤은 과기정통부의 처분을 따른다는 입장인 반면 알뜰폰 회선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는 탐탁치 않은 모습이다. 알뜰폰으로 가입자 이탈을 막고, 기존 MNO 시장 1위를 지키려는 사업자 대 알뜰폰을 메기로 MNO 시장을 흔들려는 2·3위 사업자 간 기싸움이 팽팽한 상황이다. 
 
이통3사가 항상 서로 으르렁 대는 것은 아니다. 이통3사는 5G 기지국 의무 구축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합치고 있다. 이들은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지난해 말까지 28㎓ 기지국을 모두 4만5000개 구축하겠다고 정부에 약속했다. 이통사가 지난해 11월말까지 구축한 28㎓ 기지국은 312곳에 불과하다. 이에 이통3사는 공동으로 구축해온 지하철 와이파이 기지국 수를 각사 의무구축 수량에 포함해달라며 정부에 유연한 결정을 요청해왔다. 이통3사가 전체 지하철 구간을 3개로 나눠 기지국을 500개씩 구축하는데, 공동 구축을 감안해 모두가 동일하게 1500개를 구축한 것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말 건의를 수용했다. 
 
이동통신업계는 정부의 규제를 받는 산업인 동시에 3사가 한정돼 국내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시장 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눈치를 볼 때는 사업자들끼리 힘을 합쳐 의견을 개진할 수밖에 없고,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자신들 유리한 방향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과거부터 3사간 경쟁의식이 돋보이는 시장이었다"면서 "앞으로도 사사건건 부딪히는 일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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