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쏟아지는 대내외 리스크로 한국경제호의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공급망 차질 장기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움직임, 미·중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에 이어 인구문제, 산유국 리스크까지 대외 충격파로 인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덮치는 위기)' 우려가 ‘완전한 경제의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2년은 위기 극복을 끝내고 정상화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새해 임인년을 맞아 <뉴스토마토>가 국책연구원장들의 통찰력 있는 진단과 고견을 들어보는 신년인터뷰 ‘국책연구원장에게 듣는다’ 3탄 시리즈를 마련했다. 세 번째 순서로 인구감소·지역소멸 특단에 대한 해법을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이사장에게 들어봤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인구 감소를 저지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대책은 청년들의 일자리와 주거 대책을 해결해 출산율 자체를 높이는 것이다. 사회 전반의 구조를 재조정해야 한다. 지역소멸 특단의 조치는 초광역권 메가시티 구축이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농산어촌의 발전도 재생에너지 생산에서 대안을 찾아야한다."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이사장은 14일 <뉴스토마토>와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일자리와 주거문제를 꼽았다.
정해구 NRC 이사장은 "2020년은 대한민국 인구 역사에서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인구 감소를 저지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대책은 청년들의 일자리와 주거 대책을 해결해 출산율 자체를 높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리경제의 허리 격인 30대의 지난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0만7000명 줄면서 2012년 이후 9년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연간 누적 상승률은 14.73%로 아파트 중윗값은 처음으로 9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정 이사장은 "그동안 우리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당연시 여겼고 이같은 인구 팽창시대에 맞춰 살아왔다"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축소사회에서는 사회 전반의 구조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감소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이사장은 14일 <뉴스토마토>와의 비대면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인구팽창 시대는 끝이 났다며 이에 맞춰 사회구조 전반에 대한 재구조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정해구 NRC 이사장. 사진/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구감소 문제의 또 다른 축인 고령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수명 연장으로 인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로 인해 제기되는 주요 문제는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에 따른 의료 및 복지비용의 증가 그리고 내수 부진 등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을 시작으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710만 명)가 고령층에 진입하는 등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현재 추세라면한국은 오는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국가 자체가 늙어가면서 대한민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중도 오는 2020년 72.1%에서 2070년 46.1%로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을 전망이다. 인구감소를 국가적 재앙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과 노인의 고용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의 경우 특히 여성들의 경력 단절로 인해 그 노동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노인의 경우에는 노동이 가능하고 본인이 원하는 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 이민 문제도 이제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또 연금개혁과 의료비 지출 등 다소 민감한 문제들도 더는 미뤄선 안 된다고도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의료 및 복지비용 증가와 관련해선 연금개혁과 증세 등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준비해나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현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고령화의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이사장은 "고령화 대책 부진으로 향후에도 노인들의 빈곤이 계속될 경우 인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그들의 삶이 불행해질뿐더러 심각한 내수 부족으로 우리 경제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지목했다.
정해구 이사장은 "중앙집중화는 과거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 과정에서도 이뤄졌고 민주화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며 "수도권 집중화가 지속되는 것은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자원이 중앙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수도권 집중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지역소멸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것이다. 해법 중 하나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초광역 메가시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현재 부산과 울산, 경남은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정 이사장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서 초광역권 메가시티 구축이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계획이 실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결단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아가 농산어촌의 발전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태양광과 풍력시설 등 재생에너지 생산에서 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내달 취임 1주년을 앞둔 정 이사장은 지난 1년 간 NRC의 연구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위치한 NRC는 대한민국의 최대 정책연구 집단으로 국가의 정책수립을 지원하는 싱크탱크다.
정 이사장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정책 연구를 제대로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며 "취임 이후 지난 1년은 인구 감소, 디지털 전환, 그린 전환, 그리고 미·중 패권갈등 등 대전환의 상황 속에서 NRC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NRC는 과거부터 내려오는 관성적인 연구가 아닌 미래의 대전환을 준비하는 정책 연구기관으로 거듭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지난해 3월 제8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에 취임한 정 이사장은 명지고와 연세대 행정학 학사, 고려대 정치학 석·박사를 졸업했다. 그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국가정보원개혁발전위원회 위원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이사장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연금개혁과 증세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은 정해구 NRC 이사장. 사진/경제·인문사회연구회.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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