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임금 체계 개선 등의 내용으로 노동조합이 요구한 대화를 수용하면서 이르면 다음 주 노사의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노동계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경영진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노조 공동교섭단이 발송한 공문에 대해 지난 25일 대표이사가 공식 대화에 나오겠다고 회신했다. 노사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교섭단은 사측과의 교섭에서 급여 체계와 관련해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의 성과급 재원 변경 △기존 정률 인사에서 정액 인상으로의 공통인상률(Base-up) 변경 △포괄임금제와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휴식권과 관련해 △유급휴일 5일 △회사 창립일 1일 유급화 △노조 창립일 1일 유급화 등을 안건으로 제시할 방침이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과 관련해 공동교섭단은 지난 1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 체계 개선과 휴식권 보장 등을 내용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에 대화를 요청했다. 이후 21일 '대표이사와의 대화를 요청한다. 25일까지 답변을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사측에 발송했다.
공동교섭단은 경영진이 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찬반 투표로 쟁의 절차에 돌입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사측이 요구에 응하면서 파업은 보류됐다.
다만 공동교섭단 소속 전국삼성전자노조가 현재 위원장 없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사측과의 합의는 임시총회에서 신임 위원장을 선출한 이후 진행될 전망이다. 노조 임시총회는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진행된다.
공동교섭단 관계자는 "사측과의 대화는 3월 둘째 주 정도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노조 조직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10개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규탄하고, 노사협의회 교섭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공동교섭단은 창사 이래 최초로 지난해 8월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공동교섭단은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에 설립된 4개 노조로 구성된다.
이후 그해 10월부터 5개월간 총 15회에 걸쳐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지난 4일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중노위는 노사 간 견해차가 너무 크다고 판단해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조정중지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중노위 조정회의에서 공동교섭단은 계약 연봉 정액 인상과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을 전제로 한 인상 수준 조정안, 포괄임금제·임금피크제 폐지 요구안, 육아휴직·유급휴일 추가 요구안 등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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