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은 죽겠다는데...서울시 지원금은 2천억 남았다
지원 규모는 50만명, 30만명 신청에 그쳐
"신청 기준 부합하는데 반려 이유 알 수 없어"
"무리한 예산 편성 요구가 수요 예측 실패 원인"
2022-03-15 17:10:29 2022-03-15 17:10:29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시가 ‘임차 소상공인 지킴자금’ 신청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신청 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했지만 정작 소상공인들은 신청 기준과 과정이 까다롭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임차 소상공인 지킴자금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소상공인에게 현금 100만원을 지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초에 50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당초 서울시는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임차 소상공인 지킴자금 지원 대상을 50만 곳으로 추산했다. 시내 소상공인 사업장 67만곳 중 91%가 임차 사업장인데, 그중 70%가 연매출 2억원 미만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지난 6일 지원금 신청 마감 당일 신청 건수가 30만명이 채 되지 않으면서 서울시는 13일까지 신청을 일주일 연장했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9200명 추가 신청에 그치면서 오는 31일까지 신청 기간을 대폭 늘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원 부족으로 지원을 못 받는 임차 소상공인이 없도록 하기 위해 실제 임차 사업장 운영 형태가 다양하기도 하고, 백화점이나 체인 마트 입점 업체나 온라인 판매업, 따로 100만원을 지원 받는 관광업계쪽이 빠지다보니 30만명 정도가 신청했다”며 “정부가 연매출과 임차 비율 등을 추산한 통계 기반으로 지원 규모를 최대치로 잡았는데 3월 말 정도가 되면 대상자들이 대부분 신청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소상공인들은 지원 대상을 증명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지원 요건에 부합하지만 반려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이유도 알기 어렵다며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지적했다. 
 
관악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은 “거듭되는 서류 제출 요청을 모두 완료했는데 한달 가까이 매출액 심사 중이라고 그러더니 결국 부적격 미지급이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지난 1년 동안 매출액이 1억원도 안나왔는데 전화통화도 안 되고, 이의신청 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노원구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도 “신청 후 몇 시간 뒤 제한 업종이라고 거절 문자가 왔는데, 제한 업종이 전혀 아니다”라며 “신청한지 3주가 넘었는데 시간만 낭비하고 왜 반려됐는지 정확한 피드백도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번 지킴자금 지원 제도가 대선 이전에 나온 만큼, 50만 소상공인의 표심을 의식한 결과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소상공인 지킴자금에 배정된 5000억원은 서울시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서울시의회의 요청에 따라 지방채를 발행하면서까지 마련한 자금이다. 시의회의 무리한 예산 편성 요구가 수요예측 실패로 이어지며 소상공인들의 허탈감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시의회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할 때만 해도 기준이 이렇게 까다로울 줄 몰랐다”며 “뚜껑을 열어보니 미해당자가 너무 많았고, 10일 이내 신속 지급이 불가능할 정도로 증빙 과정도 복잡한데 남은 예산을 다른 이름으로 지원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신청기간을 놓쳤거나 기간 내 미처 서류를 준비하지 못한 소상공인의 신청 누락을 막기 위해 이달 31일까지 기간을 재연장한다. 단 서울시 공공재산 임차 소상공인 임대료 감면, 특별고용·프리랜서 지원금, 관광업 위기극복 자금 등을 받는 경우 중복지원이 제한된다.
 
14일 서울 시내 먹자골목의 한 백반집이 장사 마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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