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세금으로 시민 갈라치기…"서울교통공사 사죄하라"
전장연 서울교통공사 규탄 기자회견
“서울시 공기업이 약자 혐오 조장해”
공사 "직원 일탈일 뿐, 공사 입장 아냐"
2022-03-18 15:53:54 2022-03-18 18:33:36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교통공사의 내부문건과 관련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단체를 적으로 보고 여론전 등에서 이길 방법을 서술한 문건이 17일 발각됐기 때문이다. 해당 문건에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 표현이 기록돼 있을 뿐 아니라 여론 호도를 통한 시민 간 갈등 조장 방법까지 나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전장연은 18일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로 전날 발각된 내부 문건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앞장서 장애인 혐오를 조장하고 시민들 간 분열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전장연 관계자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가 누구보다 앞장서 시민들 사이에 싸움을 일으키고 있다”며 “교통공사뿐 아니라 서울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분노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17일 올해 1차 추경예산을 통해 서울교통공사에 총 1188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에 1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문건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국정과제 최우선 순위로 여겨지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행위를 은밀히 조장하고 있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기관이 갈라치기를 하고 차별과 혐오를 확산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민 혈세가 국민들 간 싸움을 조성하는 데 쓰였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개인 직원의 일탈일 뿐 공사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구종성 서울교통공사 과장은 “해당 문건은 자유게시판에 있었던 글로 조직적 차원의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니다”라며 “윤모 대리가 언론팀에 있어 발표 형식으로 잘 만든 것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신 서울시 도시철도안전팀장도 “개인의 일탈로 여기고 있고, 그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서울시가 이런 것까지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건을 작성한 윤모 대리 역시 “전장연측이 나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왜 교통공사에게 묻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까지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의구심이 있다”며 추후 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구 과장은 전장연측이 제기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여론 호도에 대해서도 “방송사들이 사진을 제공해달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제공해왔다”며 “장애인 단체와 대립각을 세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전장연은 이번 문건이 지금껏 서울교통공사의 교묘한 여론전이 뚜렷하게 드러난 사건이라고 일갈했다. 지난 시위 당시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사고로 넘어져 지하철 일어나지 못했을 때도 마치 일부러 운행을 지연시키는 것처럼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언론에 유포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한성대 역에서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에 바퀴가 끼는 바람에 이렇게 내팽개쳐진 적 있다”며 “간격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다쳐 이를 고쳐달라고 이야기하는데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외에도 전장연은 활동가들의 모습을 교묘하게 짜깁기해 시민 불편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문건은 지난 17일 YNT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문건에는 "현재는 출근길 시위 잠시 휴전 상태지만 디테일한 약점은 계속 찾아야", "'이동권 보장 소홀'이라는 공격받지 않게 절실한 호소할 것", "교통약자 서비스는 실효성 여부와 상관없이 언플용으로 좋은 소재" 등이 기재돼 있다.
 
지난 17일 서울교통공사의 언론팀 직원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장애인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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