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인권·성평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관련 입법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인권·성평등의 영역은 차별적 경험 등에 근거해 법률적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인권·성평등에 대한 양 진영에 대한 소통보다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과 같은 특정 진영에 치우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민생 대통령’을 표방하는 윤 당선인이 국회청원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귀 기울이기’가 필요한 이유다.
1일 <뉴스토마토>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2021년 한해 동안 성립된 국회 청원 게시물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이 기간 동안 총 15건의 청원이 성립됐다. 청원 성립은 등록 30일 동안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 성립된 청원은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로 회부돼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되거나 폐기된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국회청원과 유사하다. 두 청원 모두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은 헌법 제26조에 따라 국가기관에 특정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나 희망을 진술할 수 있는 ‘청원권’을 보장받는다.
문제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사실상 제 기능을 잃은 ‘개점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등록 30일 내 20만명 동의시 답변’이라는 원칙을 갖고 운영되고 있는데, 윤 당선인이 이를 이어가지 않으면, 이 사이트는 폐지되지 않은 채 운영되지 않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또 정권교체를 내걸고 당선된 만큼 청와대 국민청원 등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 지우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우세한 상황이다. 이는 국민과의 소통 창구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폐지는 검토를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사실상 제 기능을 잃을 경우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할 대표적인 곳은 국회 청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n번방 사건(텔레그램을 통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처벌 강화 및 신상공개에 관한 청원), 김용균 사건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등 굵직한 사안이 터질 때마다 국회청원 사이트에도 어김없이 관련 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에서 이사 압둘라 술탄 알사마히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관 대리, 자카리아 하메드 힐랄 알사디 주한 오만 대사, 사미 알사드한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바데르 모하메드 알아와디 주한 쿠웨이트 대사, 미샬 사이드 알쿠와리 주한 카타르대사관 대리를 접견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청원 들여다보니…“높아진 인권·성평등 관련 요구”
인권성평등 요구, 정치적 이용에 반감 여론도 고려해야
국회청원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성립된 청원은 인권·성평등·노동 분야(4건)다. 이어 수사·법무·사법제도 3건, 정치·선거·국회운영 2건, 저출산·고령화·아동·청소년·가족 1건, 교육 1건, 재난·안전·환경 1건, 외교·통일·국방·안보 1건, 산업·통상 1건, 농업·임업·수산업·축산업 1건 등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제정과 찬성·반대 여론이다. 우선 차별금지법 반대 의견에 따르면, 성적 지향의 차이로 인한 가족의 반응을 명시했다. 이 청원인은 “주위에 자녀가 동성애자이어서 고통을 겪는 분들을 제법 본다”고 전했다. 특히 이 청원인은 ‘종교’, ‘신앙’ 등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종교 단체는 성서를 근거로 성적 차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
반면, 차별금지법 찬성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 청원인은 성적 차이를 이유로 면접에서 차별을 받았던 경험을 기반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지 15년이 지났으나 아직 차별금지법이 없다”며 “헌법상 평등권 실현을 위해 국회가 바로 지금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주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는 인권·성평등·노동 분야에 있어 혐오와 차별이 확대되면서 두 진영 간의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첨예한 대립이 진행되는 만큼 인권·성평등·노동 분야의 국민적 관심도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도 인권·성평등·노동 분야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남녀를 집단으로 나눠서 양성평등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등과 같은 발언을 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또 윤 당선인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가부 폐지 등을 강도높게 주장하면서 ‘성별 갈라치기’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그 결과 국민의힘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폭으로 당선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9일 대선에서 20대 이하 남성에서는 윤 당선인이 58.7%였던 반면,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36.3%에 그쳤다. 반대로 20대 이하 여성에서 이 후보는 58%였고, 윤 당선인은 33.8%였다. 막판에 젊은 여성층이 ‘성별 갈라치기’에 대한 반감으로 이 후보에게 대거 이동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초 국민의힘은 10%포인트 차이로 이 후보를 따돌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실제 대선 결과에서는 불과 0.73%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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