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검수완박 정책을 정면으로 반대했던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13일 사직 의사를 밝히며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수완박 논의 초기, 다소 소극적이었던 김오수 검찰총장을 향해 "모래에 머리 박는 타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이 부장이 민주당 당론이 정해지자마자 검찰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 이 부장은 지난 2020년9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서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꿔 놓을만한 정책시도에 대해 대통령제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법안 공포와 재의결 요구권을 가진 대통령의 뜻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오는 5월3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공포를 계획하고 있다.
이 부장은 이어 윤석열 당선인에게도 "새로이 취임할 대통령 당선인께서는 상대방 입장에서 볼 때 진정성이 느껴질 만한 제도 개선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에 열의를 올리는 이유가 윤석열 정부가 현 정권의 검찰개혁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란 사실을 짚은 것이다. 그는 이어 "과거 존경받는 법조인의 길을 걸으시기도 하셨기 때문에 사법제도 개혁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생각이 많으실 만한 분들"이라며 "과연 지금 밀어붙이는 검수완박이 맞는지, 과문한 후배법조인에게 알려주셨으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검수완박 이후 발생할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검찰 수사권부터 박탈하고 이후 논의를 하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에 대한 비판이다. 지난해 도입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장은 "수십년이 지나고 경찰이 보다 유능해지고 경찰 수뇌부가 정치적, 경제적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재벌, 권력자, 금융자본 등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면서도 "그 장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제2의 국정원 선거개입, 제2의 삼성그룹 불법승계는 음지에서 발생할 것이고, 수사기관은 이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부장은 이어 검수완박으로는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론스타 사건·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삼성그룹 계열사 압수수색 등 자신이 수사했던 사건을 언급하며 "(수사 방해에도 불구하고)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법관에 준하는 검사로서의 지위와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수사가 가능했다고 믿는다"며 "경찰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분들께 그와 같은 법률적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정치적 수사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차단 장치가 마련돼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장은 "검찰개혁 논란은 결국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는 오랜 기간 동안 검찰이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분쟁을 사법적 수단으로 재단해온 원죄"라면서도 "칼을 그리 쓰는 게 나쁘다고들 비방하면서도, 막상 자기가 칼을 잡으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무기로 그 칼을 휘둘러 왔다, 검수완박으로는 수사기관의 그러한 잘못된 관행을 없앨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