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미국의 방위산업 공급망 재편을 놓고 ‘한·미 방산협력 기회’로 활용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의 강점인 배터리,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한 진입 기회가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국내 방산 기반 조사를 확대하는 등 공급망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보완할 수 있는 체계 구축도 요구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13일 한·미 방산협력 기회를 골자로 한 '미국 방위산업 공급망조사 보고서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대응 전략 중 하나로 방위산업의 공급망 안정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공급망 단절을 통해 자국의 제조기반을 강화하고 기술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방위산업에 대한 공급망 점검 조치를 시행했다.
이번 조사는 방위산업의 하위 분야 중에서도 공급망이 취약해 미국 국가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유도무기, 배터리, 단조 및 주조, 반도체 등이다.
조사 결과 방위산업에서 철수하는 미국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공급망의 안정성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산업은 수요의 규모가 작고 불규칙적인 데다, 생산 난이도 또한 높아 기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 내 기업 이탈이 빨라지며 공급망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진다. 때문에 저렴한 중국산 원자재나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 공급망 신뢰성이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이에 미 국방부는 방위산업의 안정적인 수요 확보를 위해 국방 수요의 변동성을 억제하고 우수 민간 기업 진입을 늘리기 위한 정책 개선과 민군겸용 제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민군 협력으로 공정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우수 인력을 유치해 자국 제조 역량 회복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대만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부품, 구성품, 소재에 대한 대중 의존도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해 산업연구원 측은 미국 방위산업 제조 역량이 강화되면 국내 방산기업의 대미 부품 수출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미국의 소재·부품생산 내재화에 따른 생산비용의 상승으로 미국산 무기가격이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의 공급망 강화 조치가 국내 방위산업에 반드시 기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고 한국의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반도체처럼 한국의 비교 우위가 높고 미국의 협력 의사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 방산 시장에 대한 진입 기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미국과 공급망 리스크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해 대중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한·미 방산협력을 국내 공급망 취약성 극복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미 양국의 방산협력을 강화해 실익을 추구하는 전략적 관점이 요구된다"며 "현재 진행 중인 국내 방산 기반 조사를 확대·개편해 공급망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지속·보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은 13일 미국의 방위산업 공급망 재편을 한미 방산 협력의 토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은 KF-21 시제 1호기 모습. (사진=방위사업청)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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