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추진에 검찰이 배수진을 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이 개정되면 실제로 이를 다뤄야 할 법관·변호사·학계 등은 일단 수사와 사법체계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 대체로 공감하면서 충격파가 얼마나 클 것인지 예의 주시 중이다.
법조인들은 우선 검찰은 수사권 분리 법안의 주요 문제점으로 △위헌 요소 △사건처리 지연에 따른 국민 불편·피해 △국가 범죄대응역량 저하 △경찰 부실수사 견제 불가능 △인권보호기능 후퇴 등을 꼽았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범죄자가 만세를 부를 것”이라며 대국민여론전에 나섰다.
김 총장은 “(법안 통과 시) 업무 부담은 경찰과 법원으로 다 넘어갈 것”이라며 “검찰에서 걸러서 법률적으로 따지고, 문제가 되는지 보완수사를 해서 법원으로 가는 것이 온당한 것이지 그걸(사건을) 전부 법원으로 넘긴다면 법원의 재판부담도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뒤죽박죽 수사기록, 판사가 구성요건 정리”
아직까지 법원 내부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A부장판사는 “검찰, 정치권 싸움을 왜 법원에까지 끌어들이려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장 업무하는 데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B부장판사는 “그 법안 자체가 과연 통과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검찰 측 주장대로라면) 일시적으로 업무량이 다소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어떨지는 해봐야 아는 거고, 법원엔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다만 “횡령·배임과 같은 혐의를 받는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의 경우 대규모 변호인단을 대동해 법정에서 (조서 내용을) 번복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재판이 길어지는 면이 있다”며 “적어도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선 지금(경찰에서 수사하는 것)보다는 수사를 야무지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금융증권범죄처럼 사실관계와 법률적 쟁점이 복잡한 사건의 경우 판사들이 판결문을 쓰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법 부장판사 출신 김태규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전엔 검사들이 범죄 구성요건에 잘 맞춰 수사기록을 올려줬는데 (수사권 조정 이후) 지금은 판사가 뒤죽박죽된 수사기록을 다시 정리해야 하다 보니 업무 부담이 굉장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서 범죄구성요건을 갖추지 않은 사건을 올리다 보니 과거 검사가 도맡아 했던 업무를 판사가 떠안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도 수사권 조정 이후 사법체계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검찰 수사권까지 분리한다면 후유증은 더 커질 것”이라며 “검찰에서 수 십 년 간 쌓아온 수사 노하우 등을 활용하지 않고 역사적으로 쌓아온 (형사사법) 시스템을 순식간에 바꾸려 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검·경 수사능력 별 차이 없다" 반론도
반면 수년간 ‘라임 사태’ 몸통을 추적해온 경찰 출신 백왕기 변호사는 “수사의 난이도나 규모, 복잡성 등 여러 요소를 배제한 채 (경찰의 수사능력을) 일률적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며 “(화이트칼라 범죄 사건인) 라임 사건을 맡으면서도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하는데 있어 별다른 차이점은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의 사건 대응 능력은 검찰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어 “경찰의 수사 역량은 충분하다”며 “경찰의 수사역량이 문제가 아니다. 사건의 당사자들도 수사를 하는 데 있어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해줘야 그런 우려(검찰 수사권 분리 시 제기되는 우려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 조정으로) 독립된 지 이제 1년 4개월 정도밖에 안 됐다”며 “현재로선 경찰이 수사하는데 있어 ‘맨파워’가 보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그의 장모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수사 등이 사실상 방치된 점을 들어 검찰 수사권 분리가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서 교수는 “경찰의 사건 처리가 아직 미숙하고 다소 지연된다는 내용의 통계가 보고가 올라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적어도 (경찰에서) 사건을 마음먹고 은폐한 통계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화이트칼라범죄에 대해서는 “금융증권에 관한 전문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별도의 전문 수사기관에서 다룰 필요성이 있다”며 “그렇다고 검찰에 (금융증권) 사건을 계속 맡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화이트칼라범죄는 사실상 검찰의 퇴직 후 전관 영역으로 이 같은 관행을 끊어내려면 검찰이 아닌 별도 전담기구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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