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놓고 여야가 2라운드에 돌입했다. '아빠찬스' 논란의 당사자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거취에 따라 여론의 향방이 급격히 달라질 수 있어, 결국 인사청문 정국의 승패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현재 한덕수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상태다. 인사청문회특위 위원들은 지난 6일 이같이 결정하고, 오는 12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불가 입장을 전달키로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총리 임명동의안은 본회의 의결 사안으로, 당내 의원들의 전체 의견을 듣고 결정할 것"이라며 "의총에서 인준 여부에 대한 논의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동을 갖고 한 후보자 인준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일정 등을 논의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양당 간 입장 차가 있다"면서 "정국을 원만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고,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 답변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무총리는 장관과 달리 국회 인준을 거쳐야 임명이 가능하다.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데, 168석을 가진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인준은 어렵다. 때문에 윤석열정부는 총리 없이 반쪽짜리 내각 형태로 출범을 맞이했다. 총리가 없어 국무위원 제청조차 문재인정부 김부겸 총리의 도움을 빌려야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이후 첫 결재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 7명에 대한 임명에 서명했다. 추 경제부총리는 향후 국무총리 권한대행으로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국회 인준이 필요하지 않은 나머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여야는 검수완박에 이어 또 다시 극한대치로 접어들게 된다.
결국 관건은 여론이다. 특히 6·1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터라 여야 모두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제1당 의석 수를 무기로 윤석열정부와 대립 중인 민주당도 부담이 커졌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한덕수 후보자 인준을 매개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후보자를 끌어내리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동훈 후보자 낙마만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으로, 정 후보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부적격으로 의견을 정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국민 수용성이 중요하다"며 "당의 의견을 비공개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다루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안 표결 처리에 앞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향후 정국은 두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모양새로 거취를 정리하는 경우다. 부담을 던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새정부 출범까지 발목을 잡는다'며 여론전을 펼치면 민주당으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미 검수완박까지 강행처리하며 여론 부담을 떠안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한 후보자 총리 인준안까지 부결시키기는 어렵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한 후보자는 과거 노무현정부 때 총리를 지낸 인사다. 민주당 정부에서 총리 지낸 분을 다시 선임한 건 민주당에 대한 배려 의미도 있는데, 이 호의를 무엇으로 갚는 거냐"고 압박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마저 임명을 강행할 경우 여론은 민주당으로 향할 수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조국 시즌2'를 우려할 정도로 정 후보자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를 소환하며 같은 잣대 적용을 요구할 수 있고, 특히 윤 대통령과 40년 지기인 점을 들어 '인연 인사'로 맹공을 퍼부을 수도 있다. 여권으로서는 '문재인정부의 내로남불을 답습한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승기를 잡은 지방선거 판세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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