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6·1 지방선거에 임하는 여야의 전략이 사뭇 다르다. 국민의힘은 새정부 출범 효과를 노리며 국정안정론을 내세웠다. 특히 중앙정부의 예산 협조를 통한 지역 발전을 공약하며 집권여당 후보로서의 강점을 한껏 부각 중이다. 반면 민주당은 견제론이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일꾼론으로 방향을 틀며 국민의힘 대항에 나섰다. 4년 전 민주당이 같은 논리로 지방선거에 임했다는 점에서, 여야의 간판 교체는 전략 교체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이후 보수진영의 험지로 여겨졌던 광주·나주·전주·세종을 찾았다.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지난 19일에는 천안·인천 등 경합지역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이 장기 집권했지만 지금껏 발전되지 않았던 지역 현실을 '집권여당'의 힘으로 바꾸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다만, 쏟아지는 지역발전 공약을 담보할 재원마련 방안은 없어 약속이 지켜질 지는 의문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19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인천 현장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전남선거대책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가 당선되면 대통령을 설득해 이 지역에 예산 폭탄을 투하하겠다"고 공언했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광주 서구에서 열린 광주시당 선대위 회의에서도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고 30년간 민주당만 지지했다. 그런데 그 흔한 복합쇼핑몰 하나 들여오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전폭적인 지원과 지역 변화를 약속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준석 대표는 19일 인천에서 첫 중앙선거대책위 현장 회의를 갖고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시장이 되면 교통 문제를 적극 해결할 것"이라며 "GTX 노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인천발 KTX를 만들고, 인천 시민들이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 여의도, 신논현역까지 급행으로 갈 수 있는 노선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유 후보 공약이 바로 정책화될 수 있도록 여당으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여러 구체적인 정책을 언급했다"면서 "필요한 예산은 반영할 테니 유정복 시장 후보, 또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맞붙는 계양을 윤형선 후보의 압승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국민의힘이 대선 공약부터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세대포위론 차원에서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해 약속한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을 비롯해 소상공인들에 대한 코로나19 손실보상 공약 등이 후퇴 논란을 낳은 터라 이 같은 지적은 국민의힘으로서는 아프게 다가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취임 즉시 병사 월급 200만원 시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인수위는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 해당 공약을 ‘취임 후 즉시 시행'에서 ‘임기 4년차 시행'으로 수정했다. 병사 월급 인상에 따른 직업군인 급여 및 군인연금 연쇄인상 등에 대한 재원이 부담이었다. 인수위는 “단계적으로 봉급을 인상하면서 사회진출지원금을 통해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선거용 공약'이었다는 비판은 면치 못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이준석 대표는 11일 "공약을 완전히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손실보상 공약 역시 당초 50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 600만원(총액 1000만원)을 일괄지급하고 피해 또한 소급적용을 통해 보상하겠다는 약속에서, 피해 정도에 따른 '차등지급'으로 보상 방침이 바뀌었다. 또 소급적용은 없던 일로 되면서 윤 대통령 약속만 믿고 기다리던 소상공인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에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11일 당정협의를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 370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최소 600만원씩 지급하기로 방침을 재조정하는 등 성난 민심 수습에 나서야 했다. 다만 소급적용은 법률적 한계를 들어 여전히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됐고, 추가경정예산 마련을 위해 군인 지원물품 등 장병 복지에 대한 국방부 예산이 대폭 삭감돼 논란을 빚었다.
여당 프리미엄에 기반한 공약은 여야가 바뀔 때마다 제기됐던 해묵은 전략이다. 구체적 재원마련 방안 등을 검토하지 않은 채 선거 승리만을 위해 지원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린다. 문재인정부 역시 지방분권 강화와 전국 균형발전을 통해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출범 이후 3년 동안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는 50.4%에 그쳤다. 또 일자리 정권을 표방하며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등 논란만 낳았고 급기야 출범 3년 만에 최악의 실업난을 맞이했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예산폭탄을 내린다는데 그 예산은 결국 국민의 돈"이라며 "돈이 없다며 국정과제도 줄이는 판인데 어떻게 지킬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때 안희정 지사가 있는 충남에 대거 사업들이 내려가지 않았고, 박근혜정부 때 이정현 후보가 전남에서 활동한다고 해서 대규모 사업이 내려간 적이 없다"고 예시한 뒤 "60~70년대 고무신, 막걸리 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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