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수주 호황인 조선업계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과거 ‘수주 절벽’으로 떠난 인력이 돌아오지 않는데다 미숙련 인력을 무작정 현장에 투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감은 쌓였는데 배 만들 인력은 부족하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은 업종 활황기였던 2014년 약 20만3000명에서 지난해 약 9만2000명으로 55% 줄었다.
협회는 올해 상반기부터 현장 생산 인력 수요가 대폭 늘어 9월에는 약 9500명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본다.
인력난에 처한 조선업계가 기술연수생 프로그램과 상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예전보다 지원자 수가 줄어드는 등 단기간에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의 컨테이너선. (사진=삼성중공업)
업계는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다음달 12일까지 4기 기술연수생을 모집해 무료 교육한다. 선체 조립과 배관, 도장, 기계·전기 설치, 신호수와 안전관리 등 7개 직종 260여명을 선발한다. 9월 연수가 끝나면 우수 협력사 취업 알선과 현대중공업그룹 기술직 지원 시 우대 조건도 걸려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143기 직업기술생 모집을 마쳤다. 향후 기술생의 협력사 취업을 지원하고 정규 생산직 채용 때도 우대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사내 기술교육원 등을 통해 직영과 협력사 인력을 상시 모집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달 E-7 비자 발급 지침을 개정해 2월 기준 내국인 사내협력 근로자 2만2142명의 20%인 4428명까지 외국인 용접·도장공을 투입할 수 있게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국인 인력 확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다 단기적인 외국인 인력 활용 효과도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업황이 악화됐을 때 조선소를 떠난 인력이 현장을 다시 찾지 않고 있고 숙련도가 낮은 외국인을 무작정 고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열어놨다고 한들, 부족한 인원 수혈을 위해 외국인을 무한정 투입할 수 없다”며 “생산성이 얼마나 나올 지 모르고 선주 허가 없이 아무 인력이나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국인이냐 외국인이냐, 내국인도 어느정도 숙련된 정규 인력인지 하도급 인력인지 등을 기본적으로 선주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선주들은 발주 이후 선박 건조를 가만히 기다리지 않는다. 건조 과정을 확인하고 보고하는 인력을 현장에 파견한다. 회사가 갖춘 기술력은 물론 배를 건조하는 인력의 숙련도도 따지기 때문에 외국인으로 쉽게 숫자를 채우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 번 현장을 떠난 내국인 인력이 돌아오지도 않는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숫자로 말하기 어렵지만 이전보다 (기술교육원 등 구직) 지원자들이 적어진 건 사실”이라며 “2016년~2020년 수주가 바닥을 쳐 일감이 많이 줄었고 조선업 인기도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 돌아오려 해도 임금 수준이나 노동 환경이 여의치 않아 다른 직종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30~40m 위에서 목숨 걸어야 하는데 편의점과 최저임금이 똑같다면 어느 젊은이가 조선소를 찾겠느냐”며 “위험해도 고임금이니까 그 일을 한다는 식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이 일을 하려는 젊은이가 없고, 나이가 들어도 이 일에서 벗어나 육상으로 떠나면 못 돌아오니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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