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선거운동에 일대 변화를 준다. 민주당 색채가 강한 인천 계양을에서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무명에 가까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에게 고전하자, 지역민들과의 진정성 있는 스킨십에 매달리겠다는 취지다. 기존 개딸(개혁의딸) 및 유튜버들과의 동행은 철저히 차단한다. 떼로 몰려다니는 시끄러운 유세 방식이 지역민들에게 불편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충고를 받아들였다.
이 후보는 25일 오전 9시 예정됐던 계양 발전 중장기 계획발표 기자회견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오늘 TV토론회 녹화가 있는데,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TV토론회에 집중하면서 공약을 좀 더 다듬어 내일 발표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일정을 취소한 대신 오후 2시 OBS 주최로 열린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TV토론회 녹화에 참석했다. OBS TV토론회는 오는 26일 오후 5시30분에 방송된다.
인천 계양구을 재·보궐 선거에 출마선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OBS경인TV 스튜디오에서 열린 계양구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국회의원 보궐선거 계양구을선거구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대인 윤형선 후보가 '25년 대 25일'로 이 후보의 무연고 약점을 집중 공략하고, 이런 전략에 국민의힘 지도부도 가세하면서 지역민심이 술렁이자 TV토론을 통해 반격하겠다는 취지로 읽혔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고 대 능력, 무엇이 내 삶을 바꿉니까?"라는 글을 통해 "계양을 선거는 25년 계양사람으로 승부하는 '지역연고론자'와 검증된 성과로 승부하는 '능력론자'의 대결"이라고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계속해서 윤 후보의 무연고 프레임에 밀릴 경우 회복 불가능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서렸다. 실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은 모두 이 후보의 위태로움을 증명한다. 이날 발표된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45.5% 대 윤형선 44.3%로, 격차는 오차범위(±3.5%포인트) 이내인 1.2%포인트에 불과했다. 또 24일 발표된 JTBC·글로벌리서치 조사에서도 이재명 44.8% 대 윤형선 42.2%로,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2.6%포인트였다. 직전 대선후보였던 이 후보로서는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살얼음판 판세와도 같다. 이 후보는 계양구 유세에서 "이번에 지면 정치생명이 끝난다"며 자신의 목을 손으로 긋고 '끽'이라고 해, 절박감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무엇보다 기존 지지자들과 떼로 몰려다니던 선거운동 방식을 버리고 무작위로 지역을 돌며 지역민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는 스킨십 방식으로 유세를 바꾸기로 했다. 동행 인원도 최소 단위로 꾸리기로 했다. 강성 지지층인 개딸과 유튜버들이 어우러지며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사실상 강압하는 기존 유세 방식이 지역민들의 원성을 샀다는 조언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의 전국 지원을 사실상 포기했다. 선거일까지 최대한 인천 계양을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유세현장에 지지자(개딸)들과 유튜버들이 몰려들어서, 소음 문제 등을 토로하는 주민들도 있었다”며 “이 후보도 지지층에 둘러싸여 시민들과 진솔한 대화를 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해 선거운동 방식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지지자 등과 함께 유세를 벌이던 중, 한 남성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이 후보에게 철제그릇을 던지며 항의한 일도 있었다. 이 후보 측은 일정을 공지할 때 상세내용을 기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딸 및 유튜버의 몰림 현상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24일부터 적용됐다. 오후 4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계양 골목골목 유세차 인사’를 하겠다고 알렸으나, 구체적인 장소는 기재하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일정공지. (제공=이재명 페이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일정공지. (제공=이재명 페이지)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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