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이번엔 좀 빨간색이 해봐야 되지 않겠어?" "에이, 아직은 파란색이지."
민주당 세가 강한 인천 계양을에서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출마로 전국적 관심이 집중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무명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초접전'이라는 파란을 연출 중이다.
지난 25일 발표된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23~24일 실시) 결과, 이재명 42.5% 대 윤형선 42.7%로 나타났다. 격차는 불과 0.2%포인트로, 누구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앞서 24일 발표된 JTBC·글로벌리서치 여론조사(22일~23일 실시) 결과도 이재명 44.8% 대 윤형선 42.2%로 흐름은 비슷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인천 계양을 지역은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5선을 한 곳으로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직전 대권주자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이 후보가 출마하면서 모두들 민주당의 낙승을 점쳤다. 그러나 '무연고' 공세에, 선거유세 중 잇단 논란이 이 후보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면서 오리무중 판세로 전환됐다.
잇단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국민의힘은 계양을에 총력을 쏟아부으며 이변의 현실화에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6일 오전 윤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아 현장 원내대책회의를 열었다. 당 차원에서 힘을 싣기 위함이다.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등록, 남은 선거 기간 계양을 혈투를 예고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함께 류성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와 송석준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도 참석해 윤 후보의 공약 지원을 약속했다.
"더이상 아묻따(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민주당은 아냐"
오후 2시가 가까운 시간 병방시장(계양산전통시장) 현장 유세. 아직 장을 보기에는 이른 시간인 탓에 시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유세차에는 윤 후보와 함께 이학재 국민의힘 전 의원이 올라 지지를 호소했다. 이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윤 후보의 '진정성'을 강조하며 이 후보의 '무연고'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26일 병방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윤 후보는 시장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주민들은 윤 후보를 반갑게 맞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멋쩍게 웃으며 목례로 대체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잔잔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유세 현장을 유심히 지켜보던 박모씨(여·69·병방동)는 기자에게 "우리 계양 사람들? 윤형선 좋아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민주당)텃밭이었는데 많이 달라졌다"며 "이재명이 자기 고향 버리고 오니 싫어하지. 자기가 (검찰에)잡히기 싫어서 여기 온 것 아니냐"고 국민의힘 논리에 동조했다.
등산을 갔다가 오는 길에 시장에 들렀다는 김모씨(여·58·작전동)는 "이번엔 국민의힘이 돼야지, 지금 윤석열 얼마나 잘하고 있어"라며 국민의힘에 한 표를 던졌다. 그는 윤 후보가 운영하던 병원에 오래 전부터 다녔다며 "저 사람이 원래도 괜찮았는데 송영길에 밀렸던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원래 이쪽은 민주당 텃밭이라서 (국민의힘으로)마음이 변해도 얘길 잘 안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는 송영길이가 5선을 한 곳이여"
지나가던 상인(여·60대·병방동)은 "에이, 그래도 민주당이지"라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 "내 주변은 다 민주당이지. 퍼래"라며 "있는 사람들은 저 사람 좋아하겠지만 우리는 (국민의힘이)챙겨주겠어? 말로만 아니라 진짜 우리 챙겨주는 사람을 뽑아줘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냐?"라고 말했다.
병방시장에서 빵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국민을 진짜로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 돼야 하는데 당쪽으로만 쏠리고 있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여기는 확실히 지역색이 강해. 아직은"이라며 "유세 때 사람들 표정을 잘 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후보들이 지나갈 때 뒷 사람들이 따라가는지, 아니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잘 보면 답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10명 중 6명은 국민의힘을, 4명은 민주당을 지지했다.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양상에 윤 후보 사무소에 있는 관계자는 "선거 초반에는 여론조사가 15% 차이가 났다. 이렇게 접전으로 붙은 것만 해도 많이 좋아졌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확실히 요즘 주변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은 느낀다"며 "그렇다고 우리가 바뀌는 것은 없다. 묵묵히 끝까지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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