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인천 계양구 장기동 아파트 단지에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천=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6·1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변화된 선거운동 방식에 지역민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 및 유튜버들과 떼로 몰려다니며 지지를 강권하던 기존 시끌벅적하던 유세방식에 소음 등 지역민들의 민원이 제기되고 이 후보에 대한 반감만 키운다는 지적에 일대일 대면 접촉으로 바꾼 게 효과를 봤다. 선거송을 틀지 않았고, 선거 운동원도 최소한으로 투입됐다. 이 후보는 유세차량에 탑승한 채 골목골목을 돌며 주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인천 계양역 앞에서 ‘공항·철도·전기·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민영화 금지법안을 민주당의 제1주력 법안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민영화 우려는 지난 17일 ‘인천공항공사 지분의 40%를 민간에 팔 의향이 있다’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민영화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서비스가 민영화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국민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옳소”라며 박수와 함께 동의를 표했다.
기자회견 분위기는 차분했다. 이 후보 지지 성향의 한 유튜버는 “요즘 이 후보의 영상이 줄었다고 이야기 하는데, 캠프에서 공개 일정을 비공개로 바꿔서 그렇다”며 “캠프에서도 어떤 판단이 있었을 것 같다”고 조용히 이야기를 건넸다. 강성 지지자들로 불리는 ‘개딸’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젊은 여성 1~2명이 개별적으로 조용히 꽃다발을 건네며 응원할 뿐이었다. 이 후보도 ‘조용한' 선거운동을 지향했다. 기자들이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의 인천 계양을 총출동을 비롯해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86 용퇴 주장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이쯤 하겠다”, “열심히 하겠다”는 대답으로 갈음했다.
앞서 이 후보는 계산역 출근인사로 이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다시 출근인사를 재개했고 계양구 장애인 부모연대, 한국지엠 노조 전직 위원장 및 지부장 간담회 등을 가졌다.
26일 오후 인천 계양구에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마친 이 후보는 지하철을 통해 이동하면서 유세를 이어갔지만, 동승한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면서 지역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 후보가 지하철을 타고 시민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사진을 찍는 등 시끌벅적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장면이었다.
26일 오후 인천 계양구에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초·중학생들 따라붙는 유세차량 "투표권만 있었다면 이재명 뽑았다"
위기감 느끼는 국민의힘 지지층 "여긴 호남천국, 여론조사 믿을 수 없다"
임학역 앞 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이 후보는 지역 환경단체, 중증 장애인 학부모회와의 간담회를 이어갔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과의 밀접한 대화를 위해 언론에 양해를 구하며 비공개로 진행했다. '뉴스' 효과보다 한 표 한 표를 위한 진정성 있는 모습이 중요했다.
이 후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시간은 오후 2시30분경 계산동 일대에서였다. 이 후보가 도착하기 약 20분 전부터 유세차량이 대기하고 있었으나 선거송도 들리지 않았고, 선거운동원들의 시끌벅적한 선거운동도 펼쳐지지 않았다. 조용하게 대기하던 유세차량은 이 후보가 도착하면서 움직일 준비를 이어갔다.
인적이 드물고 좁은 비교적 좁은 삼거리 골목이었지만, 이 후보를 보기 위해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한 초등학생(5학년·남)은 “부모님이 이 후보를 지지하셔서, 사진을 보내드리려고 이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며 “저도 투표권이 있었다면 이 후보를 뽑았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 출신으로 지역 사정에 훤한 한 선거운동원은 “현장 분위기가 매우 좋다. 이 후보가 잠시만 멈춰도 주민들이 몰리고 환호한다”며 “현장 분위기를 보면 여론조사 결과가 의아할 정도”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인천 계양구에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민의힘 지지층도 윤형선 후보의 당선을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불안감도 감지됐다. 인천에서 자영업을 하며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한 60대 남성은 “여론조사로는 윤 후보가 앞선다고 하는데 절대 이 지역이 국민의힘에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라며 “호남 출신이 워낙 많아서 불안하다”고 전했다.
이날 이 후보의 유세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주민들은 1번의 손짓을 보내거나,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도 보였다. 호남 출신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이날 계양을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지지를 당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 전 장관은 <뉴스토마토>에 “오늘 돌아다니면서 지역 민심을 들어보니, 여론조사와는 달리 이 후보에게 꽤 유리한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직장인 20대 여성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에 했던 발언들을 기억한다”며 “여성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이 후보가 꼭 당선돼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인천=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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