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옛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 해산 결정에 반발해 법정에서 항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영국 변호사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기존 무죄판결을 뒤집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4-2부(재판장 양지정)는 23일 법정소란 등의 혐의로 기소된 권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기존 2심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판장의 법원 퇴정 전까지 재판이 완전히 끝난 것이라 볼 수 없고 피고인은 변호사로서 이러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피고인의 발언은 헌재의 역할과 기능을 본질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헌재 소장으로 하여금 모욕감을 느끼고 당혹스럽게 해 원활한 재판 진행을 못 하게 할 충분한 소동”이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인 권 변호사는 지난 2014년 12월19일, 헌재의 옛 통진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에서 법정 소동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권 변호사는 박한철 헌재 소장이 주문 낭독을 마치기 전 ”오늘 헌법이 정치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입니다.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라며 고성을 질렀다.
이에 검찰은 권 변호사가 재판을 방해할 목적으로 헌재 소장이 심판선고를 마치기 전 고성을 질러 법정에서 소동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은 “피고인이 재판을 방해할 목적으로 고성을 질렀다기보다는 사건 선고가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선고 결과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형법 138조 법정소동죄의 ‘법정’에 헌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형법 138조는 ‘법원의 재판 또는 국회의 심의를 방해 또는 위협할 목적으로 법정이나 국회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모욕 또는 소동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대법원은 “형법 138조는 법원 혹은 국회라는 국가기관을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니라 법원의 재판 기능 및 국회의 심의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해당 조항의 보호법익 및 입법 취지에 비춰 헌법재판 기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법정소동 등 범죄에서 법원과 법정, 재판의 의미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2심으로 돌려보냈다
권영국 변호사.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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