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열린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당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당헌 80조 개정 추진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이 해당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검찰이 '일단 기소하고 보자'는 기소권 남용이 만연해지는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개정을 찬성한다고 설명했다. 경쟁자인 박용진 의원과 비명계는 ‘이재명 방탄용’으로 의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의원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비롯해 성남FC 후원금 등 각종 논란이 여전하며, 부인 김혜경씨는 도청 법인카드 유용, 아들은 불법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주최한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당헌 80조 개정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검찰의 지나친 권력 행사가 문제가 아니냐”며 “아무나 기소해 놓고 무죄가 되든 말든 검찰의 (기소권)남용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런 상태에서 예를 들면 여당의, 정부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기소만으로 (당대표 직무를 정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당헌 80조는 “사무총장이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더라도 제기된 의혹 등의 혐의로 검찰이 기소에 나설 경우 해당 조항으로 인해 이 의원의 대표 직무가 정지될 수 있다. 다만 윤리심판원 구제장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은 이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기 전에 해당 조항을 개정해 관련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반대편에서는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의식한 방탄용 개정이라는 비판을 제기 중이다. 특히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의 위험으로 전이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7일 제주에서 열린 지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저는 개인의 위험이 당의 위험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당헌 80조 개정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날도 “국민의힘은 여당일 때든 야당일 때든 비슷한 조항을 유지했는데 민주당은 여당이 됐을 때와 야당이 됐을 때 도덕적 기준이 다르다는 ‘내로남불’, ‘사당화’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비판적 입장을 유지했다.
이 의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가 야당일 때는 좀 다르게 봐야 한다”며 “우리가 집권했을 때는 야당을 그렇게 비열하게 탄압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두 의원의 설전 속에 강훈식 의원은 “적어도 1심 판결까지는 지켜보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라면서도 “(다만)시기가 적절치 않다. 안할 수 있으면 안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강훈식, 박용진 당대표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열린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당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의원은 당대표로 선출시 ‘강하게 투쟁하는 선명야당’을 예고했다. 특히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로 논란이 된 이상민 장관 탄핵안 발의 등 강경 노선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경찰국 신설 등)행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 기본적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책임을 물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핵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실효적 조치다. 해임 건의안은 안 받으면 그만이라 시간 낭비하는 것”이라면서도 “탄핵안만 하자는 것이 아니고 불법적 요소를 찾아내 필요하다면 다른 조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방향 전환의 여지도 남겼다.
이에 박 의원은 이 의원의 강경 일변도식 투쟁 방식이 ‘현명한 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탄핵이라는 절차는 지루한 과정이 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대 야당이 우리를 못 살게 굽니다’라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기회를 줄 수 있다”며 “현명한 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박 의원은 강경 투쟁을 일삼았던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빗대 노선 수정을 당부했다. 그는 “가두투쟁, 삭발투쟁, 단식투쟁, 초강경 노선을 황 전 대표가 이끌었고 그 결과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선명한 투쟁이 강한 것이 아니라 이기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당대표에 선출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여야 영수회담을 적극 제안하겠다고 했다. 그는 “여야 영수회담을 야당이 적극 제안해서 반드시 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합의하는 게 중요하다”며 “거기서 민생이나 여야 공통공약 사항 등을 논의하는 게 첫 번째”라고 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복권, 민형배 무소속 의원 복당 등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우선 이 의원은 이 부회장의 광복절 특사에 대해 “사안마다 틀릴 수 있는데 이재용 총수에 대한 국민 여론은 (사면)찬성 여론이 높은 것 같다”며 “이건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 제가 이래라, 저래라, 이게 좋다, 저게 좋다 의견을 내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판단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찬성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민형배 의원 복당’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민 의원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탈당한 것이 아니다. (복당을)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벌써부터 (이 의원이)특별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칫하면 어렵게 통과시킨 검찰개혁 법안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온정주의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며 원칙적인 입장이 필요하다"고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앞서 지난 4월 민 의원은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했다. 조정위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되고 4명 이상 찬성 시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데 당시 민 의원이 탈당을 하면서 민주당 뜻대로 법안 통과가 가능했다. 이에 대해 '위장탈당'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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