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원주에 위치한 KT 통신사료관. 전화기 한 대 가격이 270만원까지 치솟으며 서울시내 50평짜리 집값(230만원 안팎)과 맞먹던 시절부터 스마트폰 보급률 1위 시대를 맞이하기까지 대한민국 통신의 발자취가 담겨 있는 공간이다.
16일 외부에 첫 공개된 KT 원주 통신사료관을 찾았다. 전화단말부터 선로·케이블, 전신시설, 시험·측정기, 전환교환시설 등 6000여점에 달하는 통신사료가 보관됐다.
통신사료관 입구 오른편에는 교환설비 TDX-1이 자리했다. 우리나라 통신역사에서 가장 의미있는 교환설비로 꼽히는 제품이다. 우리나라는 1984년 전자교환기 TDX-1을 자체개발하고, 1986년 상용 개통했다. 세계에서 10번째였다. 이인학 정보통신연구소장은 "TDX 교환기 개발은 외국에 의존해 오던 교환설비를 국내 독자 기술로 설계, 제작 생산해 구축함으로써 당시 만성적인 전화적체를 해소하고 전국 전화보급의 큰 역할을 했다"고 칭했다.
이인학 정보통신연구소장이 16일 KT원주사료관에서 TDX-1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당시 TDX-1 교환기 보급 전에는 수요에 맞게 전화기를 공급할 수가 없었다. 전화 값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전화를 사고팔거나 전·월세를 놓아주는 전화상이 서울에만 600여곳 성업했다. 당시 전화 한 대가 270만원까지 치솟았는데, 서울시내 50평짜리 집값은 230만원 수준인 시대였다.
통신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전화 보급이 가능했던 것은 현재 KT의 모태가 되는 한국전기통신공사를 중심으로 유무선 인프라가 구축되며 대한민국의 대동맥이 건설된 영향이 크다. TDX-1를 자체 개발하고, 상용 개통하면서 1987년 9월 전국 전화 1000만 회선을 구축했다. 이인학 소장은 "당시 1000만 회선은 1가구 1전화 시대 실현으로, 전화 적체 완전 해소를 의미한다"며 "1995년에는 100명당 전화 보급률이 40명을 넘어서며 선진국에 근접한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는 이동통신의 시초로 볼 수 있는 무선호출기(삐삐)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무선 서비스의 첫 시작은 1982년 시작한 삐삐다. 1982년 235명에 불과했던 삐삐 가입자는 10년 만에 6178배인 145만2000명, 1997년에는 1519만4821명까지 늘어났다. 인구 세 명당 한 명꼴로 삐삐를 찼었다는 얘기다. 삐삐의 대중화는 공중전화의 보급도 가속화시켜 1997년 42만3502대까지 설치됐다. 본격적인 이동전화의 시작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기술이 상용화 되면서 열렸다. CDMA는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을 채택한 2세대(2G) 이동통신 기술이다. 특히 음성뿐만 아니라 문자라는 디지털 데이터도 전송할 수 있게 됐다. 개인휴대통신(PCS) 상용 서비스가 개시되고 이동통신은 빠르게 확산됐다. 1999년에는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유선전화를 앞질렀다.
KT 원주 통신사료관에 전시된 삐삐. (사진=뉴스토마토)
이후 대한민국 통신시장은 차세대 인프라 고도화를 리딩하며 발전해왔다. 특히 KT는 2002년도 8월 공식 민영화된 이후 유무선 인프라 고도화에 빠르게 뛰어들었다. 13Mbps급의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을 국내 최초로 상용했고, 2004년에는 50Mbps급 VDSL을 선도적으로 상용했다. 이후 100Mbps 속도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인터넷(IP)TV 등 대용량 미디어 인프라 고도화를 앞당겼다. 무선 영역에서도 3G, LTE에 이어 2019년 4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하면서 모바일 패러다임으로 시장을 전환,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 변화를 이끌어 냈다.
허건 KT 팀장은 "초고속 인터넷, 무선통신, 위성 등 대한민국 통신사업을 이끌며 국민의 생활 변화와 국가 경제 성장의 초석을 마련해 왔다"면서 "향후 텔코 부문과 함께 스마트혁명, 디지털 전환(DX) 등을 더해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주=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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