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1년 전 노조파업을 겪었던 오비맥주와 이를 지켜보던 하이트진로의 상황이 올해에는 정반대가 됐다. 최근 오비맥주는 파업없이 임금단체교섭 협상(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반면 하이트진로는 화물연대 농성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분위기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1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까지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소속 노조원들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 1층 로비와 옥상을 불법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16일 오전 민주노총 화물연대 노조원 70여명은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에 들어와 1층 현관을 봉쇄하고 불법 점거에 들어갔다. 이후 하이트진로 건물을 점거한 노조원들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경찰이 진압할 시 불을 지르고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했다.
이들은 수양물류 소속 조합원들이 임단협으로 요구한 운임 30% 인상, 고용 승계 및 고정 차량 인정, 공병 운임 인상, 공차 회차 시 공병 운임의 70% 공회전 비용 제공 등을 요구했다. 또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강원 공장에서 해고된 수양물류 소속 조합원 132명의 복직과 일부 조합원을 상대로 업무방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한 것도 취하할 것을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이틀째 점거농성을 하고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000080)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화물연대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수양물류가 계약을 해지한 인원은 130명이 아닌 12명이고 15년 전과 동일한 이송단가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게 하이트진로의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당사와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과는 계약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수양물류와 화물차주들간의 계약관계로, 계약해지의 주체는 수양물류”라면서 “수양물류 역시 업무를 전혀 이행할 의사가 없는 협력운송사 1개 업체와 불법행위 적극가담자 12명에게 계약해지 통보는 했지만 나머지 지입기사 및 협력운송사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계약 이행 및 복귀를 촉구했을 뿐 계약을 해지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이송단가는 유가연동제 적용 당시 화물차주들과의 협의를 통해 원가분석을 시행, 유류비(45%), 유류비 제외 비용(55%) 구성으로 책정했다”면서 “유가연동제를 적용 후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간 소비자물가상승률 14.08% 대 이송단가(유류비 제외) 인상율은 26.36% 인상됐다. 유류비는 매 분기반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의 갈등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의 화물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은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부분적으로 파업에 나섰고 6월 화물연대 총파업 시점에 맞춰 거세게 저항했다.
이에 하이트진로가 파업 적극가담자에게 1차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접수하자 화물연대 노조원 약 200여명은 이달 초 하이트진로 강원 홍천공장 앞에서 진출입로를 막는 등 시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 때 하이트진로의 맥주 출고율은 평상시 대비 29%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오비맥주 임직원들이 지난 7월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2022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서 개최를 축하하며 건배하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반면 경쟁업체 오비맥주는 올해 파업없이 여름 성수기를 보내면서 소비자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초 오비맥주 노사가 별탈없이 임단협을 타결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오비맥주 광주·이천공장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 5%, 복지비 2.3% 인상안, 복리후생 제도 등을 수용했다.
이에 앞서 오비맥주 청주공장 노조도 사측안을 수용했다. 오비맥주 청주공장 노조는 민주노총, 이천·광주공장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이다.
이는 지난해 오비맥주의 노사갈등이 극에 달했던 상황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오비맥주는 노조와의 임단협에 따른 파업으로 공급 차질을 겪었다. 주력 제품인 카스는 공급에 차질이 없었지만 버드와이저, 카프리 등은 공급에 문제가 생겨 GS25 등 일부 편의점 브랜드에서 발주가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가 파업으로 성수기 시즌 타격을 받은 틈을 타 테라를 앞세워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거나 크게 악화되면 기업 내부 분위기에도 영향을 준다”면서 “특히 주류업계의 경우 여름철이 성수기인 만큼 노사 갈등에 따른 파업 여파가 크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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