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를 활용한 필터링 시스템을 고안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보니 보이스피싱 피해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다음달 추석 명절을 앞두고 관련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국회는 이달 관련 법안만 3건 이상 내놓으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해결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AI, 빅데이터 기술 등의 기술을 통해 보이스피싱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은 음성 스팸 필터링 시스템(VSFS)을 적용, 경찰청, 금융보안원 등 유관기관에 신고된 보이스피싱 번호와 자체 분석한 음성 스팸 번호를 기준으로 이용자의 수·발신을 차단해 사고를 예방을 막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경찰청과 협력해 신고번호 차단 작업에 나섰다.
KT(030200)는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보이스피싱에 사용되고 있는 변작중계기와 번호변작기(CMC)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경찰에 제공해 보이스피싱 시도 건수와 피해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으며, 스팸차단 애플리케이션(앱) 후후를 서비스하는 브이피도 보유 중이다.
LG유플러스(032640)도 KT의 후후 앱 등을 통해 스팸 차단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신사들이 자체 노력을 하며 보이스피싱에 대한 디지털 책무를 강화하고 있지만, 피싱 기술이 교묘해지면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40대 의사가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41억원을 빼앗긴 사건도 벌어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검찰·금감원 등 기관사칭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지난해 1~7월 21%에서 올해 같은 기간 37%로 크게 증가했다. 브이피에 따르면 2분기 후후 서비스 이용자들이 신고한 스팸은 886만건에 달하기도 했다. 전년동기 대비 약 127만건, 전분기 대비 31만여건 늘어나며 분기 최대 건수를 기록했다.
이에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에 나서며 보이스피싱 피해 최소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현행 자율적으로 사업자의 재량에 따라 필터링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에서 나아가 불특정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통신사의 사전적 책임 영역을 강화한 셈이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해지된 전화번호의 재공급 기간을 현행 28일보다 늘리고, 전화번호 재공급의 경우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단말 제조당시부터 전화번호 전체가 식별될 수 있도록 기술적 조처를 단행해 통신사업자가 식별번호를 명확하게 서비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안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순 의원은 이동통신 단말장치를 제조하거나 수입·판매하는 자는 국제전화 식별번호를 포함한 전화번호 전체가 화면에 표시될 수 있도록 기술적 조처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가령 '딸'로 저장된 번호의 앞자리와 상관없이 뒷자리 8자리만 같으면 해외에서 발신했더라도 휴대폰에 '딸'이라고 표시되는데, 국제전화 식별번호를 명확하게 표시해 관련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의 전기통신사업법 틀 안에서는 사후적으로 보이스피싱을 차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전적으로 기술적 조치를 취해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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