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여야가 영빈관 신축을 놓고 격돌했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가 878억원을 들여 영빈관을 신축하는 데 대해 부정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 결정에 따른 것인지를 집중 추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몰랐다"고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에서는 ‘영빈관 신축 예산 편성이 왜 비판받아야 하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논란이 되자 하루 만에 이를 전격 철회했다.
여야는 19일 오후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영빈관 신축 문제로 충돌했다. 선공에 나선 것은 당 최고위원인 서영교 의원이었다. 앞서 서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영빈관을 옮기고 새로 짓는 예산이 878억원 배정됐다는 것에 대해 온 국민이 분노했다”며 “온 국민이 분노하자, 국민의 이야기는 듣지 않던 윤 대통령이 예산을 철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대체 영빈관 예산을 누가 집어넣었는지, 누가 시작했는지 꼭 밝혀야 한다”며 “이런 것이 바로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겠나”라고 공세를 예고했다.
서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한 총리를 불러 세워 “영빈관 878억원에 대해 알고 있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 총리는 “저는 몰랐고,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발을 뺐다. 윤 대통령이 해당 예산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저는 대통령과 그 문제를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며 “대통령은 이 문제가 언론에 나오고 (야당)의원이 말해서 그 문제를 보고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영빈관이라는 것을 대통령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외교부장관, 총리 등이 필요하면 쓰도록 국가자산으로 하려고 했는데 국민들이 현재 이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철회하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한 총리의 설명을 들은 서 의원은 “윤 대통령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네요”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서 의원의 발언에 다급하게 “예산 하나하나를 최고통치권자, 총리실이 다 파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문제가 되면 즉각 보고를 받으시고 철회하라고 결정했다”고 진화에 주력했다.
민주당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이른바 3고로 등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800억원대 막대한 재정이 영빈관 신축에 투입되는 것에 국민적 부정여론이 높다고 판단, 적극적 공세에 나섰다. 예산안에 슬쩍 포함돼 알려져 있지 않던 영빈관 신축 예산 편성을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밤 밝히면서 해당 논란이 시작된 만큼, 여론을 주도하겠다는 기세다.
여론조사도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4.4%로 전주보다 1.8%포인트 올랐다. 부정평가는 그 두 배에 달하는 63.2%로 집계됐다. 특히 일간 지지율 추이를 보면 지난주 14일(35.3%), 15일(35.1%)에 걸쳐 35%선을 이어가던 지지율이 영빈관 논란이 발생한 직후인 16일 다시 33.5%로 주저앉았다. 리얼미터는 "주 중반 35%선을 넘었지만 후반 들어 '영빈관' 논란에 하락하며 강보합으로 마무리됐다"고 분석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에서는 영빈관 신축이 왜 비판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용호 의원은 한 총리에게 “전세계적으로 영빈관이 없는 나라도 있나”, “G10 국가인 우리나라가 영빈관도 없이 외빈들이 호텔로 떠돌이처럼 모셔도 되겠나”라고 물었다. 특히 이 의원은 “정부 예산에 대해 하나 하나 다 밝히고 예산을 짜지 않지 않나”, “저는 당당히 추진해도 된다고 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광화문 시대 공약을 지켰다면 영빈관(문제)이 없었겠나”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한 총리는 “청와대를 국민들한테 돌려주고 다 개방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많이 출입하는데, 대통령이나 정부의 주요한 행사를 하기는 좀 어려웠을 것”이라며 “(영빈관이)어딘가 있어야 한다”고 동의했다. 또 “대통령 혼자 쓰는 게 아니라 장관이나 국무총리나 관련되는 분들이 비교적 큰 공간에서 해야 할 일 들을 같이 쓰게 하는 일종의 국가의 하나의 기관 내지 건물로서 생각은 할 수는 있었겠다고 생각한다”고 영빈관 신축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한 총리는 “이미 대통령께서 보고를 받으시고, 국가의 건물로 공통으로 이용하려고 했는데 국민들에 대한 이해가 안 됐으니 일단 철회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재차 양해를 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제3차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집중공격을 이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먼저 서 의원은 “민주당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는데, (이를 통해)주가조작 의혹을 확실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총리는 “국회의원들이 어떤 의사를 결정하실 때 이렇게 여론조사만 보고 하시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며 “국가 전체 운영과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시고 결정을 하실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합리적으로 논의를 통해서 잘 결정하시라고 믿는다”고 여론조사 결과에만 기대는 민주당의 특검 추진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한 총리는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죄가 되면 검찰이 조치를 그렇게 하고, 죄가 안 되면 결국 못하는 것”이라며 “우리 검찰이 그 정도의 중립성, 투명성, 공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편들었다.
그러자 서 의원은 “만천하에 국민들이 아시게 됐다”며 “국무총리도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다. 주가조작을 비호하는 사람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몰아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맞불을 놓았다. 서병수 의원은 “서영교 의원이 대통령의 가족에 대해 무차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물타기 위함이 아니냐”고 따졌다. 한 총리도 “제가 판단하기에는 (민주당 주장이)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문제가 있다면 분명히 당국이 그 문제를 실피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용호 의원은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경찰에서 불송치됐다가 최근 재수사를 통해 기소한 것에 대해 “경찰이 지난 3년간 부실은폐 수사를 하다가 뒤늦게 수사해 진실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담당 경찰관들을 직무유기로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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