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가격표를 교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식품 등 장바구니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업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식품업계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식품업계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 상황 속에서 식품 가격 인상 릴레이가 주춤할지 주목된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 열린 물가안정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삼양식품,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등 식품업체 임원진이 참석했다.
이날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한 번 오른 식품가격은 떨어질 줄 모른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을 겸허히 경청하고 고물가에 기댄 부당한 가격 인상이나 편승 인상 자제가 요구된다”면서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이처럼 정부가 식품업계를 직접 불러 가격인상 억제를 말한 건 이번 정부들어 처음이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회재정부장관은 지난 19일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최근 식품업계의 잇따른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식품물가 점검반을 통해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가격안정을 위한 협의도 적극 진행하겠다”면서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요인을 최소화해 주시기 바란다”고 압박한 바 있다.
정부가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에 대해 압박을 하면서 식품업계는 당혹감과 부담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격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도 이례적인 일이고, 조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식품이 서민 소비제이긴 하지만 식품업계만 가지고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왠만하면 올리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해서)부담이 없지는 않다”면서 “기업이 밸류 체인상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프로모션, 마케팅 등 부대 비용을 줄이면서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곡물 과자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식품업계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 상황 속에서 식품 가격 인상 릴레이가 주춤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식품 가격 인상 통제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가격을 올리지 않고 감내해왔던 기업들의 경우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 압박을 감내하다가 서둘러 가격 인상안을 발표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빙그레(005180)는 내달 중으로 꽃게랑, 야채타임, 쟈키쟈키, 스모키 베이컨칩 등 스낵 6종 가격을 각각 판매가 기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가격 인상률은 13.3%다. 그동안 빙그레는 원부자재 가격 오름세에도 스낵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감내해왔다. 실제로 빙그레의 스낵 가격 인상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삼양식품(003230) 역시 내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사또밥, 짱구, 별뽀빠이 등 스낵 가격을 각각 1300원에서 1500원으로 15.3% 인상한다.
오리온(271560)도 이달 15일부터 전체 60개 생산제품 중 파이, 스낵, 비스킷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올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3~6개월 전에 미리 밀가루, 팜유 등 원재료 사놓는 만큼 이들 가격이 현재 하락세를 보인다고해도 원재료값 상승분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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