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기구(OECD) 가입 국가 가운데, 산업자해 사고 사망률 최상위', '세계 최악의 산재 국가.' 방송과 신문에서 수없이 듣고 읽은 문장이다. 한국은 이같은 '산재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기위해 지난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했다. '산재사고 감소'라는 기대와 함께 법이 시행된지 9개월 째에 돌입했지만, 이달까지도 근로자 산재 사고를 알리는 비보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8월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6월말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상반기 재해사망자는 총 1142명으로 집계됐다. 오히려 이는 지난해 보다 5명(0.4%)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질병 사망자는 696명, 사고사망자는 446명이다. 특히 1142명으로 조사된 사망자 수만 보면 연간 평균 재해사망자수가 2000여명인 수준임을 고려할 때 유사한 흐름이 띄는 걸 예측 가능하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두고 노동계와 재계가 기대와 우려, 대비로 떠들썩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아직 큰 성과는 없다는 관측이다.
아직 중대재해법이 산재사고 감축에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를 논의하기엔 시간이 충분히 경과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기업, 공기업같은 경우 자본과 규모가 있어 사내 안전교육이나 업무 메뉴얼을 변경하기 쉽지만, 중소기업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중대재해법에 대한 교육과 안내가 가장 필요한 현장 근로자한테 스며들기까지는 1년도 채 안되는 시간으로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이를 염두하고 5~49인 사업장에 2024년까지 법 적용 유예기간을 줬지만, 이번 상반기 산업재해 사망자수도 소규모 업체에서 발생한 수치가 압도적으로 차지한 것을 보면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현재까지 중대재해법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한 검찰의 소극적인 법 집행이 효과를 더디게 하고 있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중대재해 위반 사업장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건 단 1건에 불과하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중대재해법의 손질을 강조하기도 했고, 실제 정권을 잡은 이후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보면 수사당국이 윤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구심이 충분히 나올만한 이유다.
중대재해법 입법 취지는 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선 위법에 대한 엄격한 집행이 필요하다. 법은 만들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활용을 해야 효력이 커진다. 검찰이 지금처럼의 모습을 지속한다면 정권 눈치 보는 검찰이란 의심이 풀리긴 힘들지 않을까.
이승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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