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용윤신 기자] 응급의료 체계이태원 참사 당시 전체 사상자의 30%에 육박하는 사람이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 병원으로 몰리면서 골든타임과 의료체계 혼선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사람이 겹겹이 엉킨 탓에 심정지 후 골든타임 4분이 지켜지지 못한 상황에서 한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면 적절한 치료는커녕, 응급의료 시스템의 마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병상 현황이나 의료진 인력 등에 따라 환자를 적절히 배분하는 게 중요한 만큼, 응급의료 체계의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면적 재진단이 요구되고 있다.
6일 <뉴스토마토>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지난 2018년 12월 보건복지부가 수립한 '2018~2022년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분석한 결과, 중증응급환자 2명 중 1명은 골든타임 내에 최종치료기관에 도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당시 '중증응급환자 적정 시간 내 최종치료기관 도착률'은 51.7%였다. 현장·이송 단계에서 중증응급환자 적정 시간 내 최종치료 도착률을 2017년 52.4% 수준에서 2022년 60.0%까지 상향시키겠다는 목표를 잡은 바 있다. 응급환자가 적시에 적정 병원으로 옮겨져 최선의 치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응급환자 현장·이송 단계에서 성과를 나타내는 도착률 지표는 2017년 52.4%에서 2018년 52.3%, 2019년 52.1%, 2020년 51.7%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중증응급환자 적정시간 내 최종치료기관 도착률은 국가응급진료정보망을 통해 집계한다. 아직 집계 중인 2021년 통계와 2022년 응급 의료 현실, 코로나 기간에 따른 제약을 가만하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증응급환자 적정 시간 내 최종치료기관 도착률은 심근경색, 뇌졸증, 중증외상 환자가 발병 후 일정 시간 내에 최종치료기관에 도착한 비율을 나타낸다. 심근경색은 발병 후 2시간, 뇌졸증은 3시간, 중증외상은 1시간 이내에 도착해야 한다.
6일 <뉴스토마토>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지난 2018년 12월 보건복지부가 수립한 '2018~2022년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분석한 결과, 응급환자 현장·이송 단계에서 성과를 나타내는 도착률 지표는 2017년 52.4%에서 2018년 52.3%, 2019년 52.1%, 2020년 51.7%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특히 2020년 당시 복지부는 응급의료서비스의 현장·이송 단계에서 병원이 응급환자를 받지 않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수용곤란 고지 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수용곤란 고지란 응급의료기관이 병상포화, 의료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119상황실이나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환자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알리는 것이다.
병원이 수용을 거부하면 119구급차는 환자를 수용 가능한 다른 병원을 찾아야하고 그 과정에서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119구급차로 이송한 응급환자를 처음 도착한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으로 옮긴 사례가 2021년 1년 동안만 781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에 비해 31% 늘어난 수치다.
이에 지난 2021년 7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용곤란 고지에 대한 기준과 절차 등을 규정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2021년 12월 관련 내용을 포함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병원은 응급환자를 정당한 사유 없이 기피할 수 없고 수용을 거부할 수있는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방법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다음달 22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아직 실질적인 기준을 담은 복지부 시행령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응급의료서비스 제공 체계는 개선 지표를 보이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받은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 제공률'은 2018년 65.9%에서 2021년 87.3%로 상승했다.
복지부는 지난 2020년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 제공률을 2022년까지 70% 수준으로 향상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혜경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평가질향상팀장은 "중증환자가 응급실로 오면 기관에서 필요한 치료나 시술을 받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경우 최종치료라고 판단한다"며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해도 환자에게 필요한 처치를 하는 경우라면 최종치료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치료 제공률과 최종치료기관 도착률을 계산할 때 포함되는 진단명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탁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소방대원은 현장에 몇백명의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 명의 환자를 구조하기보다는 상황 보고를 정확히 하고 주변의 위험요소를 정리를 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탁 교수는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의 최고책임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처음에 몇백명의 환자 중에서 누구부터 구할 것인가, 구조된 사람 중에서 누구부터 병원으로 이송할 것인가, 현장에서는 어떤 처치를 할 것인가, 처치한 환자들을 어디로 이송할 것인가 등을 체계적으로 해야하는데 가깝다고 한 병원으로 이송해버리면 그건 메뉴얼을 지킨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6일 <뉴스토마토>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지난 2018년 12월 보건복지부가 수립한 '2018~2022년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분석한 결과, 응급환자 현장·이송 단계에서 성과를 나타내는 도착률 지표는 2017년 52.4%에서 2018년 52.3%, 2019년 52.1%, 2020년 51.7%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사진은 구급차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용윤신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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