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제로섬 경쟁을 지양하고, 지속 가능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다양화와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경영의 효율화를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또 오리지널 콘텐츠 수급을 위해 돈을 풀어 경쟁하기보다는 한국식 킬러 콘텐츠를 주축으로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은 해외 시장으로 진출이 요원한 만큼 지적재산권(IP)의 다각도 활용과 파트너십 강화가 최우선책으로 꼽힌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9일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이 투입되는 것은 시장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면서 "콘텐츠 제작비를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유하고 있는 IP를 다각도로 활용하는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의 IP가 웹툰, 소설, 영화, 굿즈 등의 사업으로 번지는, 이른바 '서사의 변주'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콘텐츠 제작 외에도 다양한 각도에서 합리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그는 "국내 사업자들이 몸값이 치솟은 스타 제작진이 아닌 신규 창작자를 발굴하거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의 방편으로 비용지출을 효율화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는 방향성으로 가야한다는 의미다.
TVING CONNECT 2021 모습. (사진=뉴시스)
플러스섬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 OTT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도모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우선 비차등적인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정현 고려대 교수는 "콘텐츠 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일반 지원은 비차등적 세제 지원을 통해 수행하고, 중소 제작 육성은 기금 지원을 통해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상 콘텐츠 세액공제는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해 준다. 김 교수는 "영상콘텐츠 분야는 흥행에 대한 사전 예측이 쉽지 않고 전형적으로 큰 위험이 수반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세제지원을 통한 재투자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투자 유인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현행 차등적 세제 지원만으론 안되고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점엔 이상원 경희대 교수도 공감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콘텐츠 투자는 분명히 필요하다"며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의 세액공제율이 각각 다른, 경로의존적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제작비뿐만 아니라 투자비에 대한 세제지원 길이 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지 않고 제작사에 제작비를 투자하는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대안책으로 투자 펀드를 활성화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실제 프랑스는 영화전문투자회사 소피카(SOFICA)에 투자한 주주들에 대해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정책현안 분석보고서에서 "소피카는 국내 콘텐츠 제작 투자 활성화에 좋은 본보기"라며 "조특법 제13조의2 제1항을 수정, 문화산업에 운용되는 기금을 포함해 펀드 등의 콘텐츠 투자에 세액공제 적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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