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57.3%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사과에 대해 "충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충분했다"는 응답은 37.4%에 불과했다. 보수 지지성향이 강한 부산·울산·경남(PK)조차 "사과가 불충분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11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60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7.3%는 운 대통령이 지난 4일과 7일 '죄송한 마음'이라고 두 차례 사과한 것과 관련해 "충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37.4%는 "충분했다"고 했다. 이외 "잘 모르겠다" 5.3%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앞서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발생 엿새 만인 지난 4일 불교 위령 법회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표했다. 이어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참사 발생 9일 만에 이뤄진 공식 회의석상에서의 사과였다.
민주당은 엄숙한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참사의 최종 책임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진지하고 엄숙하게 국민 여러분과 희생자분들께 대국민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를 대하는 대통령의 무거운 책임감을 요구한 것으로, 민심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20대와 그들의 부모 세대인 40대, 50대에서 "사과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60%를 상회했다. 20대 충분 31.4% 대 불충분 61.1%, 30대 충분 37.9% 대 불충분 58.2%, 40대 충분 26.1% 대 불충분 69.9%, 50대 충분 32.3% 대 불충분 63.4%이었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충분 50.5% 대 불충분 43.1%로, 모든 연령대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의 사과가 충분하다는 응답이 앞섰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과 강원·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경기·인천과 호남에서는 사과가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경기·인천 충분 30.3% 대 불충분 66.2%, 광주·전라 충분 19.4% 대 불충분 69.1%였으며, 대전·충청·세종 충분 40.1% 대 불충분 54.1%, 부산·울산·경남 충분 40.7% 대 불충분 54.3%로, 윤 대통령의 사과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에서도 충분 47.3% 대 불충분 47.2%로, 두 응답이 팽팽했다.서울은 충분 45.7% 대 불충분 49.5%로, 오차범위 내에서 불충분 응답이 높았다. 반면 강원·제주에서는 충분 53.3% 대 불충분 40.2%로, 사과가 충분했다는 응답이 광역권 중에서 유일하게 50%를 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바로미터인 중도층 충분 33.2% 대 불충분 56.2%로, 윤 대통령의 사과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으며 높게 나타났다. 보수층 충분 73.8% 대 불충분 22.3%, 진보층 충분 11.7% 대 불충분 87.0%로, 진영별로 윤 대통령의 사과를 바라보는 평가가 확연히 달랐다. 지지 정당별로도 국민의힘 지지층 충분 88.9% 대 불충분 6.9%, 민주당 지지층 충분 3.3% 대 불충분 93.3%로, 같은 결과를 보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58명이며, 응답률은 4.0%다.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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