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가전·IT 제품 수요 위축이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로도 이어지면서 이를 생산하는 업체인
삼성전기(009150) 무라타 등은 고부가 가치인 전장MLCC 생산 확대로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전장용MLCC 세계 1위 일본 무라타는 최근 중국 장쑤성에 450억엔(약 4330억원)을 투자해 신규 공장을 짓는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보급 확대에 따라 전장MLCC 수요도 크게 늘 것을 예측해 대응 차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무라타가 2023년 2분기부터 매월 30억개 수준의 MLCC를 추가 생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시장 후발주자인 삼성전기도 분주하다.
삼성전기는 2018년 중국 톈진에 전장용MLCC 공장을 짓기 위해 5733억원을 투자해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부산사업장과 투 트랙으로 전장MLCC를 생산해 테슬라 등에 공급하고 있다. 톈진 신공장은 부산사업장보다 4~5배 큰 규모다.
삼성전기와 무라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신공장을 짓고 전장MLCC 생산 확대에 나서는 건 시장 확대 전망과 동시에 IT/산업용 MLCC 보다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전장용 MLCC는 작은 기술 결함이 곧 운전자 혹은 동승자의 안전과 직결될 수 있어 제품 안정성, 수명 등 모든 면에서 IT용보다 높은 품질 수준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극한의 온도를 견뎌야 할 뿐 아니라 안전 평가 기준도 높아 제품 기획부터 개발 및 생산까지 IT용 제품보다 오래 걸린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평균판매가격도 IT 제품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자동차에 들어가는 MLCC가 스마트폰·IT 기기보다 더 들어가는 것도 매출 발생 요인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MLCC는 1만개 이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3000~5000개, 플래그십 스마트폰 1대 900~1100 정도와 비교해 10배 가까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전장MLCC 시장도 연간 9% 수준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 “삼성전기 3분기 전장용 매출 비중이 20% 근접으로 보며, 순수 매출이 증가해 자동차 업계의 전장화, 자율주행 채택으로 전장용 MLCC가 최소한 가동율 유지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기는 고용량 MLCC 기술력에 있어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았다고 평가받지만, 고온/고압 기술력에서는 여전히 무라타에 못 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TSMC 말고 다른 파운드리에 반도체를 맡기지 않는 것만큼이나 공급처를 바꾸지 않는 시장이 MLCC”라며 “업력이 오래된 일본은 그만큼 완성차업체들과의 신뢰가 돈독하고, 또 고온·고압용MLCC 기술력이 세계 독보적이라 삼성전기가 쉽게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전자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류 흐름을 조절하고 부품간 전자파 간섭을 막아주는 초소형 부품임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들어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자동차 보급 확대로 전장MLCC 수요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MLCC로 장식한 자동차 모형. (사진=삼성전기)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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