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지난 11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소위 '에이즈예방법'으로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 법은 에이즈 감염인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행위를 한 경우 징역형의 처분을 내린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에이즈 예방을 위한 최선의 대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뉴스토마토>는 양 측 주장과 전문가 진단을 통해 '에이즈예방법' 논란을 짚어봤다.(편집자주)
HIV 감염자 A씨는 2018년 상대에게 감염 사실을 숨기고 콘돔 없이 구강성교를 했다. HIV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다. HIV 감염이 많이 진행돼 면역 기능이 떨어져 기회감염이 나타나면 에이즈(AIDS) 환자로 여겨진다. A씨는 HIV 감염자로, 치료를 꾸준히 받아와 에이즈가 발현되지는 않았다.
HIV보균자를 비롯해 에이즈 환자가 콘돔없이 성행위를 하면 징역형에 처한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19조는 (HIV)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 매개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25조2항은 이 규정을 위반했을 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해당 법에 따라 A씨는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에이즈 환자가 콘돔 없이 성행위를 하면 징역형에 처한다. (사진=뉴시스)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부장판사는 해당 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법에 '전파매개 행위'나 '체액'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명확하다는 이유였다. A씨의 경우는 관점에 따라 '체액'을 통한 '전파매개'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지점이 있었다.
더구나 A씨는 치료를 꾸준히 받아와 다른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거의 없었다. 당시 유사성행위 상대방에게 에이즈를 옮기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에이즈예방법은 A씨를 처벌하게 돼 있었다.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에이즈를 옮기지 않은 사람도 처벌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해당 법은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어 처벌 수위를 조절하기 어려운 점도 지적돼 왔다.
재판부는 2019년 11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19조와 25조2항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위헌제청결정문에서 재판부는 “상대에게 HIV를 실제 감염시킨 사람을 처벌하는 것인지,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인지, HIV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혈액이나 체액을 전파매개하는 행위가 있으면 바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정액이나 질 분비액처럼 전형적인 전파매개체가 아니라 눈물이나 땀처럼 다른 체액이 전파되면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콘돔 없는 성행위나 유사성행위를 위험한 행위로 상정하고 그 자체로 구성요건 해당성이 있다고 보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후 약 3년만인 지난 11월10일 헌법재판소는 HIV에 감염된 사람의 '전파매개행위'를 처벌하는 현행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이즈예방법)이 위헌인지를 놓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변론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건 참고인으로 나서는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에이즈예방법 형사처벌)법령은 현재의 의과학적 현실에서 잘못 대상이 정해져 있어 일반 국민 비감염인의 건강도 지키지 못하고 감염인의 치료 접근성도 저해한다"라며 "의과학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사법 영역에서 헌법정신에 근거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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