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북, 올해 핵무력 고도화 천명했지만…연초 핵실험 가능성 작다"
"전원회의 핵심은 핵무력 강화…한반도 긴장, 역대 최고로 고조될 것"
"북, 핵실험 징후 보이지 않아…당분간 전술핵 다양화·실전배치 주력"
2023-01-02 16:06:28 2023-01-02 20:29:4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다수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보다 올해 핵무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연초부터 당장 7차 핵실험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과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향상에 나서면서, 핵무기를 실전배치하는 방향으로 핵무력 강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31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주재한 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핵탄두·핵미사일)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며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핵무기를 공격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남측을 겨냥한 핵무기 전력 강화가 올해 국방전략의 핵심이란 것을 의미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남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을 비롯해 핵탄 보유량 기하급수적 증가,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체계 개발, 최단기간 내 첫 군사위성 발사 등을 올해 주요 과업으로 꼽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뉴스토마토>는 2일 4인의 대북 전문가들에게 올해 북한의 핵무력 강화 움직임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가나다 순)이 의견을 줬다.
 
다수의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 수위를 볼 때 북한이 지난해보다 올해 핵무력 강화에 더욱 열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무진 교수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핵심이 국방력, 핵무력 강화이고, 남북한 모두 강대강 맞대응을 펼치는 상황에서 특히 양측의 최고 지도자가 맞대응 전략의 핵심에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전력 강화, 우리의 맞대응으로 인해서 한반도 긴장은 역대 최고로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형 교수는 "북한이 최소 2~3년, 길게 4~5년 동안은 핵무력 강화에 올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이른바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구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이 기회를 틈타 핵무력 강화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차두현 위원은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북한이 움켜쥐고 있으면 당분간 핵실험을 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제재에 쉽게 동참을 못할 것이고, (중러가 국제제재) 동참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중러가 경제적) 지원을 해주지 않겠나하는 북한의 기대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재 미국이 잡고 있는 국제질서에서 결국은 북한이 미국하고 관계 개선을 해야 하는데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는 미국에 도전하는 구도"라며 "그러면 북한은 모순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논리적인 모순이 결국 김 위원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차녀 김주애와 함께 미사일을 둘러보는 모습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 관련 내용과 함께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 '핵탄두 보유량 기하급수적 증가' 등 김 위원장의 이번 전원회의 발언에 대해서도 "핵무력 강화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관건은 북한이 향후 핵무력 강화를 위해 어떤 과정을 밟을 것이냐다. 기존 핵미사일 양산, 실전배치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과 다른 하나는 7차 핵실험 전격 강행이라는 2가지 시나리오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초 7차 핵실험 감행에 대해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지난해 김 위원장은 전술핵 폭발력 시험 등을 언급했기 때문에 핵실험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보여진다"면서도 "핵실험에 대해서 지금까지 중국이 반대해왔고, 그리고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봤을 때 언제 핵실험을 할 것인지 예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홍민 실장은 "핵실험을 느닷없이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북한은 사실 올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계속 확대해가려 하고 있다. 교육 부분부터 시작해서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부분 등 여러 가지로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과정에서 연초부터 핵실험을 감행한다는 것이 정치적 실익이라든가, 파급효과 측면에서 본다면 그렇게 적절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략무기나 전술무기 개발이 일정한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후에 좀 더 정밀성을 높인다든가, 초대형 탄두를 개발하기 위한 폭발력 시험이라든가. 이런 게 좀 더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핵무기) 고도화 단계에서 핵실험 경유 부분은 조금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연초에 핵실험 강행할 경우, 오는 1월8일 김정은 위원장 생일 전에, 또는 2월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이나 2월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전에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00mm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핵무력 강화에 집중한다면 이미 보유한 핵탄두 기술을 활용한 핵미사일 양산과 투발수단 다종화, 실전배치에 더 집중할 것으로 봤다.
 
홍민 실장은 "기존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투발수단을 좀 더 다종화할 것"이라며 "기존의 KN-23, KN-24, KN-25와 같은 것들을 기본 모델로 해서 전술적으로 필요한 장소나 상황에 맞게 종류를 다양화할 것이다. 이번에 KN-25 초대형 방사포 역시도 핵공격용 무기로 간주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체형 ICBM을 확보하기 위해 화성 시리즈 라인업을 좀 더 고체형으로 전환하는 작업들이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여진다"며 "준중거리와 중거리 미사일의 사거리를 상당 부분 보강하는 작업과 정찰위성 여러기를 시험하는 방식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준형 교수는 "(핵무기를) 실전배치하는 방향으로 핵무력 강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전술핵시험과 ICBM 대기권 재진입과 같은 기술 완성 등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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