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단행된 대통령의 특별사면 대상자에는 경제인이 단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일부 아쉽다는 내용의 공식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사실상 경영계는 침묵에 빠졌다. 직전인 광복절에 주요 경제인들이 특별사면 또는 복권됐을 당시와 비교하면 수긍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당시 경영계는 "국민 경제에 헌신할 기회를 줬다",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필요했던 시의적절한 결정"이라면서 두 손을 들고 환영했다. 그랬던 경영계가 연말 사면 결과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지난해 광복절 이전에도, 연말에도 경영계에서는 사면 대상에 대해 기업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러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국민의 절반은 기업인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는 취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과는 결이 다른 행보였다. 해당 여론조사 항목에 포함됐던 기업인에 대한 사면이 주는 효과인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수출 활성화 등이 이뤄질 수 있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면을 건의해야 했는데도 경영계는 그러지 않았다. 사면 건의를 조심스러워했다.
기업인의 사면이 곧바로 가시적 효과로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지난해 광복절 이후 우리나라 경제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이 있었는지는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 실제로 효과가 있다면 경영계가 힘을 들여 여론조사를 진행하거나 조용히 정부에 대상자를 건의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기업인을 사면해야 한다는 여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사면의 효과를 송두리째 부정하게 된 결정이 지난 연말에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다. 아무리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 하더라도 해당 사면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해 광복절 단행됐던 경제인 사면의 명분이 됐던 우호적인 여론조차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없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약간의 수치 차이는 있어도 반대 여론이 절반을 넘었다.
그의 사면을 위해 명분으로 내세웠던 국민 통합이 과연 조금이라도 실현됐는지 굳이 따져보고 싶지도 않다.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발 속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렇게 풀어줄 거면 뭐 하러 잡아넣었나'란 논평으로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최근 반도체 등 국가 전략 기술의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발표는 윤 대통령의 관련 지시가 내려진 지 나흘 만에 이뤄졌다. 이 방안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기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기존 16%에서 25%로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경영계는 환영했지만, 관련 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열하루 만에 정부에서 추가 방안을 내놓은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이번 방안으로 그만큼 내년 세수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도 구체적 수치로 제시됐다.
무엇보다도 세액공제 확대 방안의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기존의 세액공제율이 투자 확대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만일 실제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렇게 투자하지 않을 거면 뭐 하러 줄여줬나"란 비판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
정해훈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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