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잊은 사람들)외국인 노동자들의 '쓸쓸한 명절'
2022년 기준 외국인노동자 84만 여명
텅 빈 공장 지키는 외국인 노동자
2023-01-20 06:00:00 2023-01-20 06:00:00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민족 대명절 설날이 다가옵니다. 설날은 고향을 찾아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는 반가운 시간이지만, 한편엔 명절연휴를 잊은 채 먼 타지에서 고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외국인 노동자들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명절은 그리 반갑지 않은 시간입니다. 3~5일 사이 긴 연휴 기간 동안 이들은 텅 빈 공장을 지키며 쓸쓸히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점과 음식점도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마땅히 챙겨 먹을 음식도 없습니다. 의지할 것이라곤 같이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뿐입니다.
 
통계청이 실시한 이민자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국내 외국인취업자는 84만3000여 명입니다. 미등록 체류 노동자까지 합치면 약 130여만 명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이 한국으로 와 일을 시작하는 데는 동남아시아의 경제적 상황이 크게 작용합니다.
 
베트남과 태국, 미얀마 한국으로 넘어온 외국인노동자들의 대부분 국가인 동남아시아의 평균 연봉은 최저 120만 원에서 최대 800만 원입니다. 특히 미얀마는 쿠데타로 인해 물가폭등이 이어지고 있어 상황이 더욱 열악합니다.
 
지난해 7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버스에 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세청이 발표한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평균연봉은 약 3179만원 수준입니다. 지난해 연말정산을 한 외국인 노동자 50만명의 평균연봉입니다. 본국의 현저히 낮은 월급수준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본국에서 일하는 것 대신 한국행을 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명절 연휴 일주일을 쉬게 되면 그만큼 타격이 크기 때문에 고향으로 가는 대신 직장으로 출근합니다.
 
성남시 산업단지 한 바이오회사 생산직으로 일하는 태국인 오 프롬(39)씨도 설 연휴동안 일터를 떠나지 못합니다. 오 씨는 회사에서 인력이 부족한 생산직으로 일하며 일손을 채우고 있는 만큼 남들이 쉬는 동안 현장으로 출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태국에 있는 조부모님과 부모님, 동생 3명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오 씨는 연휴가 일주일씩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합니다.
 
오 씨는 "회사가 우리같은 외국인들도 일하는 만큼 잘 챙겨주고, 이번에도 쉬는 데 나와서 일한다고 돈(월급)도 더 주신다고 했다"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많이 안 나온다고 해서 나도 가족들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반죽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는 필리핀 국적 제이(40대)씨도 명절 연휴를 공장에서 보낼 예정입니다. 365일 가동되는 공장에서 주6일 일하고 있기 때문에 연휴라고 해도 쉴 수 없습니다.
 
제이 씨는 "한국 사람들은 가족들이랑 보낸다고 해 부러운 마음이 있다"며 "일 끝나면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랑 삼겹살도 구워 먹으면서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은 지난해 2월 외국인노동자들이 씨감자를 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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