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정해훈·주혜린·김지영 기자]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민간 부동산의 미분양 주택을 직접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거센 논란에 휩싸일 전망입니다. 국민 혈세로 건설사 살리기에 나선다는 비판 여론 등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건설시장 연착륙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민간 미분양 매입을 검토 중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 매입 대상이나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관련 전문가들은 미분양 주택 시장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숫자만 놓고 본다면 심각한 건 사실"이라며 "지금은 공급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도 미분양이 생기는 상황인데, 결국 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시장이 급변해 생신 문제"라고 언급했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2만호에 그쳤던 미분양 주택이 불과 1년 만에 4만호 가까이 늘어난 건데 대통령이나 국토교통부에서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나름의 이유와 근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미분양 주택매입 검토 지시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일부 전문가는 고육지책 수준으로 지금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에서는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반면, 부동산 시장 안정과 경착륙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건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 정도이지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미분양 규모가 6만호에 육박하는데 그럼 정부가 앞으로 미분양이 나올 때마다 족족 매입해줄 수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최 교수는 "정부 차원의 미분양 매입 정책은 건설시장 안정화에 근본 해법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분양 상황은 단기적(3~10년)으로는 금리와 연관이 크다. 현재는 고금리 기조여서 미분양 문제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돼 어떤 정책을 써도 백약이 무효할 것"이라며 "주식시장 같은 분야는 정부가 부양에 나서면 안정화가 가능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은 정부가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는 규모의 시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임 교수도 "정부가 시장에 억지로 개입하면 결국 부작용이 생긴다"며 "집값 오를 때 수없이 많은 대책을 냈어도 오래 못 갔듯이 집값이 떨어지는 거 역시 막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분양을 정부가 나서 사주면 어느 건설회사가 미래를 내다보고 사업하겠냐"며 "망할 거 같으면 전부 다 사주는데 게 가장 큰 문제고 다음번에는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반해 고종완 원장은 "미분양으로 인한 민간의 공급이 위축된다면 3~4년 뒤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일단 건설사 숨통을 틔워줄 필요는 있다"는 입장입니다.
고 원장은 "과거 삼부토건이나 동양건설처럼 만약에 건설사의 줄도산이나 연쇄 부도가 이어진다고 가정을 해 보면 향후 공급이 안 됐을 때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것"이라며 "공급 측면에서라도 주택의 꾸준한 공급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노력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사안인 만큼,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최 교수는 "매입 지역과 대상을 구분할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현재 분양가 대비 얼마 정도까지 내려왔을 때 매입할지 등에 대해 기준을 정해야지, 안 그러면 국민 혈세로 지역 개발업자 배만 불려주는 꼴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가 상이해 내부 마감이나 하자보수 등 미분양 아파트마다 품질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미분양아파트를 공공이 매입해 임대한다고 해도 입지와 가격 등에 따라 임대수요가 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매입가격과 품질 등의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민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사진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사진=뉴시스)
조용훈·정해훈·주혜린·김지영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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