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안전한 미래를 여는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 추진성과 보고회'에서 인사말씀 중인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사진=동지훈 기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 추진 절반을 넘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다음 목표로 규제혁신 2.0을 들고나왔습니다.
6개월 만에 100대 과제 추진율 57%
식약처가 추진하고 있는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는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인 '바이오·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 달성을 위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식약처는 식품과 의약분야에서 규제혁신이 필요한 과제 100개를 선정해 지난해 8월 11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발표 시점에서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전체 추진율은 57%입니다. 이 중 식품분야만 따로 보면 식약처는 전체 과제 50개 중 8개를 완료했습니다. 입법이나 행정예고 단계의 식품분야 규제혁신 과제는 18개입니다. 국회제출 단계와 샌드박스(시범사업) 단계의 과제는 각각 4개입니다.
소비기한 표시 선 적용…환자식 형태 다양화 도입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안전한 미래를 여는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 추진성과 보고회'에서 언급된 식품분야 규제혁신 과제는 △미래 식품 원료 인정 확대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신시장 창출 △집단급식소 시설기준 합리적 개선 등입니다.
이날 보고회에서 발표된 식품분야 규제혁신 사례 중 눈에 띄는 것은 식품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 선 적용과 환자용 영양조제식품 다양화입니다.
하나씩 살펴보죠. 식품 소비기한은 유통기한을 대신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을, 소비기한은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뜻합니다. 제품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소비기한이 유통기한에 비해 깁니다. 식약처 설명을 보면 유통기한은 품질안전한계기간의 60~70%로 정해지는 반면 소비기한은 80~90%로 설정됩니다.
문제는 약 40년간 존치된 유통기한을 단숨에 소비기한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특히 영세기업은 갑작스런 변화에 대응하기 더 어렵죠. 식약처는 이런 경우를 위해 시행일 이전에도 소비기한 표시를 허용토록 제도를 선 적용했습니다. 시행일 이후에는 유통기한으로 표시된 포장지 소진을 위한 계도기간 1년을 부여했습니다. 식약처는 포장지 교체 등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자원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소비자와 기업 편익은 연간 8860억원, 260억원으로 예상됩니다.
이재용 식품안전정책국장은 "현재 시장에는 유통기한이 표시된 제품과 소비기한이 표시된 제품들이 함께 나와 있어 약간의 혼란스러운 상황도 있다"면서도 "올 한 해 동안 소비기한 표시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식품업계, 소비자단체와 협의해 시행토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앞으로는 환자용 영양조제식품 제조 형태도 다양해집니다. 현재 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은 액상이나 겔, 분말, 과립 등의 형태로만 제한됩니다. 아프다는 이유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의 종류가 매우 한정적인 것이죠. 식약처는 지난해 9월 30일 행정예고를 통해 무스나 쿠키 등 다양한 형태로도 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을 제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음달 중에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을 개정하는 작업도 예정돼 있죠.
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의 형태가 다양해지면 주요 소비자인 환자나 보호자의 제품 선택 기회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120억원 규모의 신규 시장 창출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유사 사례로는 영유아식 시장이 있습니다. 영유아식 시장에서 분말이나 액상으로 제한된 조제식은 감소 추세를 보이는 반면 제형 제한이 없는 이유식 시장 규모는 최근 4년간 28%나 성장했죠.
강윤숙 식품기준기획관은 "(환자용 영양조제식품 형태를 제한하고 있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형태 제한을 풀어 쿠키나 각설탕처럼 휴대하기 편한 형태로 제품이 개발되면 소비자도 편하고 산업 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2일 오전 '안전한 미래를 여는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 추진성과 보고회' 중 자유 토론 순서. (사진=동지훈 기자)
100대 과제 넘어 규제혁신 2.0
식약처의 다음 목표는 규제혁신 2.0입니다. 식약처는 규제혁신 2.0의 핵심을 현장체감형 혁신 지속으로 함축했습니다. 국민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지 않는 규제는 혁신하고 시대나 환경 변화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제는 철폐한다는 것이죠. 디지털 전환과 수출 규제지원 분야 집중도 혁신방향 중 하나입니다. 식약처는 산업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오는 6월 규제혁신 2.0 세부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해 8월 100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규제혁신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씀을 드렸다"며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해는 규제혁신 2.0이라는 타이틀로 상반기 중 추가적으로 규제혁신 과제를 발굴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가 변하고 또 국제 환경이 변하면서 규제도 계속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규제혁신 2.0을 진행하는 데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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