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계열사의 성장전략을 펼치면서 지배구조 개편 과제도 상존합니다. 현 회장이 제시한 현대엘리베이터 기준 2030년 매출 5조원 목표만 해도 대규모기업집단 자산 기준인 5조원을 넘어야 가능할 듯 보입니다. 즉, 현대가 모태인 현대그룹이 대기업집단에 복귀하는 데 그룹 재건의 방점이 찍혔습니다.
14일 현대그룹 등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작년 3분기말 연결기준 총 자산이 3조354억원입니다. 작년 연간 매출은 2조134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현 회장은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의 2030년 매출 목표로 5조원을 제시했습니다. 현재 자산 3조원으로 달성한 매출 2조원과 비교해 단순 계산하면 매출 5조원은 자산 7조5000억원이 돼야 가능합니다.
정부가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고치려고 하지만 현재 기준에선 자산 5조원이 넘어가면 대기업집단이 됩니다. 대기업집단 지정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부활 중인 현대그룹이 이정표를 찍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 전에 그룹사 자산규모가 성장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과제가 먼저 닥칠 수 있습니다. 그룹 핵심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는 현대네트워크입니다. 이 회사는 본래 IT서비스사업을 수행하다 인적분할 등으로 떼어내 현재는 투자사업만 영위합니다.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입니다. 회사는 현 회장이 지분 91.3%,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 7.89% 등 지배주주 일가 지분이 100%를 차지합니다.
작년 초 현대네트워크 총 자산은 190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이 5000억원을 넘어가면 지주회사 체제로 강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자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지분율은 10.6%로 지배주주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26.5%입니다. 지배력이 미약해 현대네트워크는 현대엘리베이터를 회계상 관계회사로만 인식 중입니다.
그럼에도 현대네트워크의 총 자산 중 관계기업투자 주식이 1659억원으로 거의 절대적입니다. 그 중 현대엘리베이터가 1588억원을 차지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2018년 9만원대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해 최근 2만9000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성장하고 주가도 오르게 되면 현대네트워크의 강제 지주전환 압력도 커지는 구조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룹 내 또다른 상장사인 현대무벡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 역시 관계회사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대무벡스에 대한 내부지분율은 현대엘리베이터가 32.66%, 현정은 회장이 23.18%, 정지이 전무가 3.87% 등 모두 60%에 이릅니다. 사실상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나 회계상 관계기업으로 두고 있습니다. 즉, 필요에 따라 회계상 현대엘리베이터의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거나 지주회사로 전환될 경우 대외 공신력이 높아지고 외부자금 조달에도 유리해지지만 각종 규제에도 노출됩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라며 “지주회사 전환 시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에 따른 양도차익 과세이연 혜택은 거듭 연장돼 왔지만 일몰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어 지주전환을 서두를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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