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기준금리가 동결됐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오를 가능성만 남아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올해 상반기를 넘어 1년 내 이어질 것으로 보이네요."
고금리 기조 지속에 올 한 해 주택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한 전문가의 말입니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회복론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분석이죠.
사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최근 가격 하락폭이 둔화하며 주택 시장 경색이 본격화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그나마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4% 하락하며 3주 연속 낙폭이 둔화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인기 지역의 주요 단지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된 것이 낙폭 둔화에 영향을 미친 탓입니다. 또 주택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끊임없는 완화책 발표도 매수심리 냉각 속도를 다소 늦추는 계기가 됐습니다.
게다가 지난달 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 3.5%인 기준금리를 모처럼 동결한 점도 주택 시장의 숨통을 틔웠죠. 기준금리는 작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곱 차례 연속 오르는 등 숨 가쁜 인상 행렬을 보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아파트값 하락폭 둔화가 대세 상승 반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우선 급매물의 소진 현상입니다. 시장에서 급매물 위주로 거래된다는 것은 아직 정상적인 시세의 매물이 소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급매물이 거래되는 주요 현장에서는 가격을 시세에 가깝게 올릴 경우, 곧바로 거래되지 않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매도·매수자 간 희망하는 가격 차이가 크다는 것이죠. 완벽한 매도 우위 시장이라는 징후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시장 회복을 거론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규제지역 추가 해제,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 다양한 완화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방안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금리로 대출 압박이 상당한 상황이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여전해 실수요층이 체감하는 완화 정도는 여전히 낮다는 것이죠.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올 주택 시장의 흐름을 가장 어둡게 만드는 것은 바로 금리겠지요. 지난달 기준금리가 동결되긴 했지만 앞으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은 상태입니다. 국내 5%대의 고물가가 좀처럼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최근 미국 발 금리 상향 압박이 다시금 커지고 있어서입니다.
더욱이 기준금리가 당분간 현재 수준인 3.5%에 머무른다 해도 코로나 팬데믹 초기 시기 대비 높은 것은 여전히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기준금리는 지난 2021년 8월 이후 1년 반밖에 안 되는 짧은 시기에 무려 3%포인트 상승한 바 있습니다. 불과 제로 금리가 이어졌던 2년 전과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다르죠.
기준금리가 하락 반전하지 않는 이상 주택 시장의 어려움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매도자, 매수자 모두 단기적 전망에 현혹되기보다는, 어느 때보다도 더 보수적인 시각에서 시장을 바라봐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충범 산업2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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