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 정책 발표와 역대급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하에도 빌라 시장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규제책이 대체로 아파트 주택군에 집중됐고, 빌라는 상대적으로 싼 가격까지 부각되면서 틈새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책이 대체로 아파트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빌라 시장은 더 이상 반사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말 '빌라왕' 사태로 빌라에 대한 인식 자체가 크게 나빠진 데다 최근 최대 수준의 공시가격 하락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지면서, 빌라 시장은 당분간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마저 나옵니다.
사실 서울 일대 빌라 거래량은 1년 전 대비 확연히 감소한 상태입니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연립·다세대 거래량은 지난달 155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1년 전인 작년 2월 2463건과 비교하면 900건가량 떨어진 수치입니다.
서울 연립·다세대 거래량은 작년 상반기만 해도 줄곧 매월 3000건 안팎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9월 이후 계속 1000건대에 머무르는 실정입니다.
문제는 빌라 시장의 먹구름이 좀처럼 걷힐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전국 1486만가구의 공시가격은 평균적으로 작년 대비 18.61% 하락했습니다. 공시가격이 내려간 것은 지난 2013년(-4.1%) 이후 10년 만의 일이며, 하락률은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이로 인해 일반 아파트 보유층은 세 부담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갈아타기' 거래도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하지만 빌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빌라 공시가격이 낮게 매겨질 경우 전세보증가입 요건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연초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올해 5월부터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100%에서 90%로 강화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전세가율에 활용하는 공시가격 기준은 150%에서 140%로 낮췄습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 보증금 상한선이 대폭 낮아졌는데, 공시가격 하락까지 더해지니 빌라 소유주는 이를 반길 리 없습니다.
부동산 대책이 아파트에 집중되는 점도 빌라 수요층의 감소 요인입니다. 아파트에 대한 반등 기대감이 커지는 반면 빌라는 그렇지 못해서죠.
정부는 올해 '1·3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이달 20일부터는 중도금 대출 분양가 상한 기준과 인당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 규정을 푸는 등 아파트 및 신규 분양 시장에 대한 대대적 완화 방안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정부는 오히려 빌라를 거래교란의 주범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빌라왕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서 빌라의 전세사기에 대해 우려하는 풍토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빌라 위험성이 부각되며 기존 수요층의 이탈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당분간 빌라 거래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스카이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빌라 밀집 지역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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