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중국이 화웨이 등 자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 제재에 맞대응으로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 방미 일정에 맞춰 마이크론 수출 부족분을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우리 기업이 메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미국이지만 사기업에 제품을 판매하라 마라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의 중국 반도체 수출 부족분을 한국이 메우지 않게 해달라고 미국이 한국 측에 요청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과 한국 대통령실의 대화를 잘 아는 소식통이 윤석열 대통령의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방문을 앞두고 이 같은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 중심에 서 있는 미국의 이 같은 메시지에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무리한 요구일 수밖에 없고, 또 미국이라 할지라도 이 같은 요구는는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전시되어 있는 반도체 패브리케이티드 웨이퍼. (사진=뉴시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 정부라지만 사기업에 판매를 하라 말라는 것은 민간 기업에 간섭하는 것”이라며 “판매는 민간 기업의 자율성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 부분을 관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기업이 미 요구를 향후 들어줄지 말지를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외신 보도는 미국 정부가 우리에게 공식 요청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적극 답을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도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기업에게 요청한 게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해당 메모리 반도체가 금지 품목도 아니고, 물건을 사려고 하는 사람에게 주식회사가 판매하지 않는 건 주주가치 훼손으로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도의 출처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정식 요청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메우지 말라’는 것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반사이익을 말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며 “향후 미국 측에서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 3월 말 중국은 국가안보 조사를 명목으로 마이크론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론의 지난해 매출은 803억달러로 이중 홍콩과 중국 본토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으로 높습니다. 또 308억달러에서 33억달러 매출을 중국에서 올린만큼 이번 제재로 인해 마이크론의 2분기 실적 하락과 중국 내 반도체 부족 등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마이크론. (사진=마이크론)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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