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10일 14:1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하반기 폭풍 같은 실적 위기를 겪었던 증권업계가 다시금 저마다의 강점을 살려 실적 기지개를 켜고 있다. 2차전지 주를 중심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증가, 금리 안정화로 인한 채권 가격 상승,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 따른 위험요소 감소 등의 이유 덕분이다. 하지만 저마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한 상황에서 각 증권사 별 2023년 첫 성적표를 짚어보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작년 한해 금리인상으로 인한 채권 가격 하락으로 홍역을 앓았던 KB증권이 역설적으로 채권 덕에 올해 1분기 실적 회복에 성공했다. 국채 금리 하락과 크레디트 스프레드 축소로 채권 운용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작년 겪은 채권 위기를 백신으로 삼은 KB증권에겐 이제 기존 영업력 확대가 숙제로 남았다.
금리 안정 효과·채권 가격 상승으로 흑자전환 성공
(사진=KB증권)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증권의 1분기 실적에서 매출은 전기 대비 무려 1238.89% 증가한 4조32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4조5292억원)보다 4.53% 감소한 수치지만, 지난해 증시 불황에 따른 최악의 실적을 극복하고 다시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영업이익은 2641억원을 기록해 전기 –1042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전년 동기 1511억원 대비로도 74.84%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1419억원을 기록해 전기 –1143억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전년 동기 1159억 대비 22.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KB증권의 실적은 상품운용실적 상승이 이끌었다. KB증권의 1분기 상품운용손익은 2017억원을 기록해 전년 –1333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앞서 KB증권은 지난해 상품운용손익에서 3분기 115억원을 제외하면 적자행진을 이어가면서 2022년 한 해에만 총 –235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권 손실이었다. KB증권은 작년 한해 2341억원의 채권 평가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이어진 미국과 한국의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 기조 완화로 인한 채권 수익률 하락이 이어지자 상황은 반전됐다. 채권시장에서 올해 1분기 3년 만기 국고채의 평균 수익률은 3.40%로 지난해 4분기 3.90% 대비 감소했다. 회사채 시장에선 회사채(무보증3년)AA-, 회사채(무보증3년)BBB-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4분기 각각 5.40%, 11.26%에서 이번 1분기에 4.30%, 10.49%로 감소했다.
채권의 수익률은 채권가격과 반비례한다. 즉 시중 채권 금리의 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작년 한 해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상 기조 강화로 치솟은 채권의 금리는 채권 가격의 하락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곧 채권자산의 가치 하락을 이끌었고 KB증권도 보유한 채권 자산의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이어진 시중 채권 금리 인하로 인한 채권 가격 상승과 KB증권이 지난해 채권 손실을 교훈 삼아 실시한 포지션 잔고 조정이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됐다는 평가다.
KB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운용에 있어 보수적 포지션으로 전환 후 리스크 관리를 해오고 있다”라며 “그런 와중에 올해 초 이어진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기조 완화와 채권 금리 하락 흐름에 발맞춰 포지션 및 잔고 확대를 통해 수익 창출했던 점이 실적 견인에 주효했다”라고 설명했다.
비우호적 영업환경 속 영업력 강화 숙제
1분기 실적에서 채권 덕을 본 KB증권이지만 향후 실적 유지를 위해서는 DCM(채권) 부문의 영업력 강화가 더욱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운용부문에선 자체헤지 ELS 등 금융시장 환경에 민감한 익스포저가 큰 것으로 나타났고, 2022년 말 자체헤지 비보장형 ELS 및 DLS 규모는 총 2조9000억원을 기록해 2021년 말 2조2000억원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월 KB증권은 총 101건 3조6112억원 규모의 주관 실적을, 인수실적에선 62건 1조5260억원을 기록했다. 주관실적은 전년 1월(83건 3조574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인수실적은 전년 1월(73건 1조7586억원) 대비 선방했다.
KB증권의 정체에 반해 DCM 주관실적 2위인
NH투자증권(005940)은 선두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올해 1월 주관실적은 63건 2조9439억원으로 KB증권(101건 3조6112억원)과의 차이는 불과 6673억원으로 좁혀졌다.
이외 구조조정, 일회성비용 발생, 운용부문 부진 등으로 인한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익성과 해외 증시 급등락으로 인한 ELS 헤지운용 손실, 라임 TRS 관련 손실, 해외대체투자자산 관련 손상 인식, 사모펀드 배상 등으로 인한 비경상적인 손실 문제가 실적 저하의 원인이 됐다.
1분기 KB증권의 실적 개선세는 KB증권의 자체적인 노력보다는 시장 환경 변화에 의한 것이 주요인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문제는 경쟁사의 턱밑 추격 속에 위험 요소 또한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리스크관리와 함께 운용전략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KB증권은 최근 위험 익스포저 규모가 증가하고 있고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의 수신기능을 통한 영업규모도 지속 확대되고 있다”라며 “위험익스포저 확대가 빠를 경우 자산건전성 및 자본적정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수익규모 증가와 투자과정에서의 리스크관리, 운용전략, 적절한 헤지에 따른 손실 통제 여부 등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