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알려진 이일준 대양산업개발 회장이
디와이디(219550) 유상증자 참여로 단기간에 많은 평가이익을 챙기게 됐습니다. 유증 시기에 맞춰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의 호재가 터지며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인데요. 업계에선 주가 급등과 유증 타이밍에 주목하며, 주가 부양을 위한 끼워 맞추기식 호재를 터트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합니다.
유증과 호재자료 동시배포…이 회장 8.4억 평가익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디와이디는 지난 22일 9억9900만원 규모의 소액공모 유상증자를 발표했습니다. 유증 발행 대상자는 디와이디 최대주주인 이일준 회장입니다. 증자로 발행될 신주는 총 105만3740주로 발행가액은 949원입니다. 전일 디와이디 종가는 1743원으로 발행가 대비 83.67% 높은 수준입니다. 유증 납입일인 오는 30일까지 주가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이 회장은 유증 납입과 동시에 8억4000만원 가량의 평가이익을 거두게 됩니다.
앞서 디와이디는 최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는데요. 업계에선 이 회장이 저렴한 신주 확보와 경영권 강화를 위해 소액공모 제도를 유용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유증 이후 이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1.63%(600만4932주)에서 13.39%(705만8672주)로 1.76%포인트 늘어나게 됩니다. 결국 이 회장은 유증 결정 일주일여만에 80%가 넘는 대규모 평가차익과 함께 경영권 강화까지 성공하게 되는 셈입니다.
10억원 미만의 자금을 조달하는 ‘소액공모 유상증자’의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이 면제되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여의찮은 상장사들이 주로 활용합니다. 소액공모는 증권신고서 제출이 면제되는 만큼 일부 한계기업 오너들은 이를 악용하기도 했는데요. 3자 배정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오너나 임원이 개입해 회사의 사업계획 등을 미리 귀띔해 투자유치에 나서는 등의 방식이죠. 앞서 금융당국은 상장기업이 소액공모 유상증자제도를 악용,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태를 우려해 20억원이었던 소액공모 기준금액을 10억원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습니다.
이 회장을 발행 대상으로 결정한 이번 소액공모 역시 공시 직후 호재가 뒤따랐습니다. 공시 당일인 22일 디와이디는 “계열사
삼부토건(001470)이 폴란드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에 초청돼 주요 임원진이 참석했다”며 “현재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의 규모는 약 1200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 참석 소식에 디와이디 주가는 22일부터 23일까지 양일간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삼부토건도 2거래일 연속 상한가에 올랐죠. 이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한
웰바이오텍(010600)도 22일 상한가에 올랐습니다. 아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 이뤄질지도 알 수 없는 재건사업의 ‘포럼’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한 겁니다. 또한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의 마리우폴시, 폴란드 건설회사 'F1 Family Holding LLC'와도 양해각서를 체결해 재건 산업에 나선다고 발표했죠. 양해각서는 법적 강제성은 없는 부분이지만 투심을 끌어올리는데는 성공한 모습입니다.
급등한 주가의 수혜는 이 회장이 보게 될 전망입니다. 소액공모의 경우 보호예수가 없기 때문에 신주 상장과 동시에 장내에서 처분이 가능합니다. 소액공모 시점에 맞춰 발생한 호재와 주가 급등을 통해 3자 배정자가 주식을 매도할 경우 그 피해는 기존 주주들이 보게 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액공모는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는 만큼 3자 배정자 선정 등 증자 과정에서 투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과거부터 한계기업들 대상으로 한 소액공모에서 불공정거래 의혹 등은 빈번하게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업공개(IPO)의 경우 최대주주의 의무보유 확약이 필요하지만, 소액공모의 경우 따로 의무보유 확약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계기업 M&A 전문가 이 회장, 끝은 주가 급락
이 회장은 자본시장에서 한계기업 M&A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이 회장은 비상장회사인 대양건설, 대양산업개발의 자본금을 밑천으로 다수의 상장기업을 인수해 왔습니다. 상장사 쇼핑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계열 상장사의 CB 발행 등을 통해 조달했죠. 디와이디 오버행과 주가 급락의 원인이된 CB 역시 삼부토건 인수를 위해 재활용된 CB입니다.
이 회장은 유가증권 상장사 웰바이오텍을 중심으로 디와이디(전 자안코스메틱)를 인수했으며, 디와이디를 통해 국내 1호 건설사인 삼부토건까지 품었습니다. 이밖에 과거
녹원씨엔아이(065560)(거래정지)를 비롯해
시티랩스(139050) 등도 직간접적으로 지배한 바 있습니다.
디와이디가 최근 인수한 삼부토건의 인수자금 마련 방식을 보면 이 회장의 CB활용과 M&A 방식이 눈에 드러납니다. 디와이디는 웰바이오텍을 비롯해 웰바이오텍이 지분을 보유한 투자조합들과 함께 유상증자 및 CB발행으로 300억원을 조달했으며, 디와이디 4회차 CB 400억원을 386억원에 재매각했습니다. 이는 삼부토건 인수자금(700억원)으로 활용됐죠.
자본시장을 통한 인수자금 마련은 디와이디의 주가급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2월17일 2230원에 올랐던 디와이디 주가는 27일 933원까지 내려가며, 7거래일간 주가가 58.16% 급락했는데요. 주가급락의 원인이 된 것은 재매각한 4회차 CB였습니다.
M&A에 사용된 CB, 돌고돌아 시장 출회
4회차 CB는 이 회장이 디와이디를 인수하기 전부터 발행됐던 CB입니다. 이 회장은 앞서 자안바이오가 부도처리 되면서 계열사였던 자안코스메틱(현 디와이디)을 헐값에 인수했습니다. 디와이디가 발행한 채권들의 기한이익이 상실되면서 채권을 보유했던 유진엠피일차가 최대주주에 올랐고 이 회장은
유진투자증권(001200)으로부터 저렴한 구주를 획득했습니다.
이 회장이 경영권 확보에 사용한 자금은 100억원에 불과하지만, 당시 디와이디는 400억원에 달하는 CB를 발행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메리츠증권에 CB를 발행했는데요. 자안바이오 부도로 기안이익이 상실된 CB는 만기 전 상환됐습니다.
상환된 CB는 와이즈퍼시픽홀딩스로 넘어갔고 ‘5%룰’ 공시규정을 피해 돌고 돌아 모두 주식으로 전환됐습니다. 와이즈퍼시픽홀딩스는 사실상 중간 다리역할만 한 셈이죠. 와이즈퍼시픽홀딩스는 앞서 이 회장이 웰바이오텍을 인수하던 2018년에도 활용된 바 있습니다.
시장에선 유장증자와 함께 보도된 호재 뉴스들 역시 CB털이를 위한 '밑작업'이 아니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웰바이오텍과 디와이디의 미상환 CB규모는 각각 415억원, 20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29.4%, 20.1%에 달합니다.
다만 디와이디는 최근 계열사 주가 급등과 소액공모 유증은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디와이디 관계자는 “유상증자의 경우 납입자의 납입능력 등을 고려해 결정했고 당일 배포됐던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 자료는 마침 그날 삼부토건에서 발표가 있었던 것뿐”이라며 “호재를 염두에 두고 유증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일준 대양산업개발, 엔젤스파이팅챔피언십(AFC) 대회장. 사진/AFC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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