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반도체 업황이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신호가 속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잇따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열풍에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시장 회복을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15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재료 시장 매출은 전년보다 8.9% 증가한 727억달러(약 93조원)를 기록, 역대 최대치로 집계됐습니다. 웨이퍼 제조 재료와 패키징 재료 매출은 각각 447억달러와 280억달러로 전년보다 10.5%, 6.3% 늘었습니다.
이어 올해 1분기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매출도 268억달러(약 34조원)를 기록했습니다. 전분기(278억달러)보다는 3%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247억달러)과 비교해서는 9% 상승했습니다. 지역별로 대만은 13.6% 늘어난 200억1000만달러, 중국은 7.3% 증가한 130억달러, 한국은 6.3% 늘어난 129억달러로 각각 집계됐습니다.
반도체 업황 부진에도 장비 매출이 늘어난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고성능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아짓 마노차 SEMI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반도체 장비 매출은 거시경제 역풍과 반도체 시장 불황에도 견고한 실적을 냈다"며 "특히 AI, 차량용 반도체 등에 투자가 활발해 장비 시장도 건전한 펀더멘털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반도체 경기가 바닥에 가까워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조가람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지난달 열린 '최근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브리핑에서 "반도체 관련 제품 수요의 주기를 감안하면 올 2분기나 3분기에 반도체 경기의 저점에 근접할 것"이라며 "과거 반도체 경기 순환에서 반도체 재고가 정점에 이른 후에 3~6개월 이후 반도체 생산이 저점을 형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3월의 재고 감소는 2분기와 3분기 중 생산 저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에서도 부진에 빠졌던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올 4분기 고대역폭메모리(HMB3)를 출시하며 AI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판단, 올해와 내년의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기업의 생산능력 감소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부터 반도체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하면서 일부 고객의 재고 확충 주문이 증가했고, 메모리 업체들이 보유한 재고도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업황 개선은 3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기존 11만7000원에서 15만원으로 높였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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