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079160)에 대규모 실권주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조원대 유증 발표 이후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투심이 위축됐기 때문인데요. CGV는 주가 방어 차원에서 주주 자금으로 빚을 갚는다는 시장의 조롱을 피하기 위해 자금 조달의 우선 순위를 조정했습니다. 기존 2순위였던 채무상환을 3순위로 내리고 시설 자금을 2순위로 올렸습니다. 영화관 시설 개선을 위한 자금 집행을 우선한다는 내용으로 '시설자금'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CJ CGV의 유증은 현재로선 재무 상황 개선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코로나 시국을 거치며 관객 수 급감 등 타격을 입었고, 넷플릭스 등으로 대변하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무서운 성장세로 영화관 산업은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CJ CGV는 이번 1조원 가량의 유증을 통해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등 상당 부분 재무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말 기준 912.0%의 부채 비율은 255.1%로 개선되고, 차입금 의존도도 20.9%에서 13.0%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진한 주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최종 조달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증 발표 이후 지난달 20일부터 주가는 1만4500원에서 8700원으로 지난 7일까지 40% 급락했습니다. 업계에선 9000원대 주가 추이를 기준으로 최종적으로 예상되는 발행가격은 4850원 정도로 보고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현물출자를 제외하고 3620억원 정도 조달 가능하게 됩니다. 최초 공시에서 밝힌 5700억원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3순위로 밀리긴 했지만 차입금 상환에 필요한 38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조달하게 되는 셈입니다.
규모가 줄어도 CJ CGV의 최종적 자금 조달은 문제가 없을 전망입니다. 최종 실권에 대해 유증 주관사인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잔액인수 조건으로 물량을 떠가기로 해서인데요. 우려되는 점은 투심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라 대규모 실권이 발생할 경우 해당 물량은 고스란히 오버행(잠재적 물량 부담)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잔액인수 조건에서 기업의 재무상태가 불안할 경우 증권사에서는 실권수수료를 높여 잔액인수에 나섭니다. 일반 주주 보다 실권수수료 만큼 싸게 물량을 떠안은 증권사 입장에서 신주가 상장되는 즉시 시장에서 팔아버릴 확률이 높습니다.
이례적으로 이번 CJ CGV의 실권수수료는 9.0%로 책정됐습니다. 대기업 집단의 유증에서 잔액인수 조건으론 상당한 수수료가 부과했다는 판단이 듭니다. 그만큼 업계에서 CJ CGV의 유증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네요. 최근 CGV와 비슷한 규모인 1조원대 유상증자를 발표한 SK이노베이션의 경우에도 증권사 잔액인수 조건이 붙었지만 실권수수료가 없습니다. 실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증권사의 판단이겠죠.
최성남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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