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범현대가의 주축인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 현대제철이 노조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업 전반에 연쇄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전 임단협 타결을 희망했지만, 실패하면서 휴가 복귀 후 노조의 강경투쟁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범현대가 계열 기업들이 이번주 휴가 시즌에 돌입합니다. 현대차는 이날부터 다음달 4일, HD현대중공업도 같은날 시작해 다음달 10일까지 여름휴가에 들어갑니다. 현대제철은 제철소의 특성상 고로를 365일 돌려야 하기 때문에 단체 휴가 대신 나눠서 휴가를 다녀옵니다.
이번 여름 휴가 복귀 후 범현대가 계열 기업 노조의 강경투쟁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여름휴가 복귀 직후 임단협 재협상에 나설 예정이다"라면서 "재협상에서도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투쟁으로까지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에 돌입한 현대차 노사는 정년연장과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금 지급 등 주요 쟁점에서 의견차가 커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측이 임단협과 별개 사항인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하면서 생산라인이 중단돼 회사에 큰 피해가 생기자 사측도 정치파업을 주도한 노조위원장 등 간부들을 업무 방해 협의로 형사 고소하면서 노사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입니다.
현대차 노사는 여름휴가를 보낸 뒤 곧바로 임단협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현재 노사간에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조선 본관1층 교섭장에서 2022년 임단협 상견례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름 휴가전 임단협 교섭을 성공하겠다는 HD현대중공업 노사도 입단협에 실패하면서 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들은 휴가를 가기전인 27일까지도 협상에 나섰지만 타결에 실패했습니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10만5000원(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400만원, 주유상품권 50만원 등을 담은 2차 제시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동종사와 비교해 부족하다"며 반려했습니다. 이로써 이미 쟁의조정과 파업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한 노조가 실력행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제철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습니다. 현대제철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두고 상견례부터 불발되면서 난항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 21일 예정된 2023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과 더불어 단체협약 교섭도 요구했는데, 사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제철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시작하기 전부터 갈등을 겪었습니다. 현대제철 노조의 임금협상 요구안 초안에는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인상 △최대 매출 특별성과금 580만원 △정년 연장 등의 내용도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대제철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높은 수준의 생산성을 기록한 것을 근거로 요구안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후장대 산업의 임단협이 다른 해보다 길어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임단협을 진행중인 곳들을 보면 노사의 이견이 큰 상태라 합의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21년 7월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노조가 2년치 임단협 마무리를 촉구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조합원들이 울산 본사 턴오버 크레인을 점거한 뒤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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